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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Aug 26. 2019

매일 똑같은 내용의 브런치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내가 직접 끄적이면서.

이아람 - 미움받을 용기

작가의 서랍에 매번 끄적이고 저장한 글들을 살펴보면 항상 내용이 똑같다. 요 근래 내가 올린 글들도 다 비슷하고. 같은 주제, 다른 문장으로 글을 써 내려간다. 발행을 누를까, 고민해보면 역시나 전에 올렸던 글과 정말 똑같은 주제다. 의미 없이 찍어내는 글 같기도 하고. 결국 아쉽지만 저장을 누른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을까. 같은 기출문제에 아직까지도 휘둘리는 내가 참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나를 달래려 듣는 노래들을 사람들과 나눠 듣고 싶지만 한 줄씩 써 내려가는 나의 사연은 더 이상 글이 아닌 징징거리는 게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고민도 한다. 매일 비슷한 감정에 휩싸여 끄적이지만 이런다고 내 글솜씨가 나아지는 것도 아닐 테고.


어떤 글을 써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도 감동과 동감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도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들이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되지는 않을까. 나는 그런 식의 교감을 바라 왔던 걸지도 모른다.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건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그 사람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고, 앞으로 개선할 점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저 나에게 배고프다는 한 마디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돌아올 기약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차갑게 음식은 식어가고 결국엔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나도 가끔 궁금하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어쩌면 반수를 준비하던 때가 아니었을까. 그해 수능을 망치고 내가 정말 인사도 많이 드렸던 고2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던 적이 있었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살짝 울먹이며 전화를 했을 때, 선생님은 단호하셨다. 정말 남의 일처럼 나를 다그치셨다.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라고. 벙쪘다. 이유 모를 서운함이 올라왔다. 언젠가 내가 쓰러질 때, 땅에 포근한 매트 하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곳은 딱딱한 지면뿐이었다.


아마 그때부터 내가 말 못 하는 벙어리가 되지 않았을까. 혹여나 누군가에게 말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상처를 받을까 걱정된 게 아니었을지. 그리고 그때부터 누군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책임지고 들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들게 된 건 아닐까.


그래서 마냥 버리기 아쉬운 음식들을 천천히 데워서 브런치에 작성한다. 언젠가 나에게 위로 한 마디를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놓고 기다린다. 누군가의 고민을 무시하고 지나쳐가기엔 너무 미안하니까. 그리고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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