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다'
로펌 재직 중 가을을 느껴 본 날이 있었나 싶다.
두팔을 드러내고 다닌다. 목을 가리고 다닌다. 대략 그 정도로 계절을 가늠했던 것 같다.
느낀 적이 있을까.
하물며 본 적이라도 있을까.
푸르렀던 낙엽이 점점 노랗게 빨갛게 그리고 내 두발 밑으로 내려오는 그 과정을
그 곳에는 사계절이 없었겠지 라고 위로해보지만
생각해보면 내 마음에 여유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느낀다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고 바람이 내 눈썹 한 가닥을 흔드는 그런 잔망한 움직임을 느낀다.
마음에 생긴 여유가 열어준 내 눈으로 느낀다.
여름지나 가을이 왔다는걸 비로소 제대로 느낀다.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