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행복이 뭐야, 아빠?”
식탁에서 동영상을 보던 딸아이가 물었다. 옆에서 책을 읽던 난 잠시 모든 걸 멈춘 채, 생각에 잠겼다. 아이가 던지는 질문은 가끔 너무 간단하지만 대답하기는 너무 어렵다. 그 질문을 다시 내 안에 품어본다.
“행복이란... 대체 뭘까?”
며칠 전, 아내와 산책을 하며 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부모로서, 또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행복'이라는 말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젊었을 땐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걸 다 하기보단,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더 간절하다.
우리가 산책 중 합의한 ‘행복의 조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욕심을 줄이는 것.
둘째,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
셋째, 각자의 성장의 길을 가는 것.
이 세 가지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비우고, 감사하고, 나아간다.’ 이걸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딸아이는 요즘, 행복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린다.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이후, 삶과 죽음, 사랑과 시간, 이런 것들에 대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곱씹고 있는 듯하다.
한 번은 이런 말도 했다.
“엄마가 웃으면 나도 행복하고,
아빠가 커피 마실 때 좋아 보이면 나도 좋아.”
나는 그 말을 듣고, ‘행복이란 감염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편안하면, 나도 편안해지고 내가 안정을 느끼면, 가족도 덩달아 미소 짓게 되는 것. 행복은 거창한 성공이나 값비싼 여행보다 훨씬 가까운 데 있다는 걸 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딸과 함께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나는 다시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라야, 아빠가 생각하는 행복은 이거야.
엄마, 유라, 아빠가 저녁에 모두 모여서
맛있게 저녁을 함께 먹는 것.
오늘 하루 아무탈 없이 잘 지낸 것.
한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잠 드는 것.
이렇게 매일 건강하게 사는 게 행복이야.
그리고 감사함을 자주 느끼는 것!"
“그럼 나 지금 행복한 것 같아.
아빠랑 같이 걷고 있으니까.
맛있는 간식 사줘서 고마우니까.”
딸아이는 알려준다.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데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함께 걷는 이에게 있다.
나는 이제 딸아이의 이 질문을 이렇게 정리해 본다.
“행복이 뭐야, 아빠?”
그건 말이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그게 바로 아빠가 생각하는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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