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나는 마흔이 될 때까지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혼자 지낸 시간이 10년을 넘기다 보니 그런 삶이 너무도 익숙했고, 편안했다. 누군가 늘 옆에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오히려 불편하고 번거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그래, 난 이렇게 조용히, 자유롭게 살아가자고.
그런 내 삶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억지로 바꾸거나 맞추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웠고, 늘 함께 있어도 마치 혼자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했다.
2016년, 딸이 태어난 이후 우리는 한 침대에서 잠을 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밤마다 이불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를 확인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불을 차면 덮어주고, 악몽을 꾸면 토닥이고, 한밤중 다리를 휘감아오는 아이의 발길질에 놀라기도 했다.
누군가는 묻는다.
“불편하지 않아요?”
또 어떤 이는 조심스레 말한다.
“이제 아이도 컸으니, 따로 자는 연습을 시켜야 하지 않나요?”
모두 맞는 말이다. 불편하기도 하고, 독립적인 잠자리의 필요성도 안다. 아이에게도, 우리 부부에게도 언젠가는 필요한 전환점이다.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어진다. 그보다 먼저 중요한 건 ‘우리가 원하는가’ 그리고 ‘행복한가’ 아닐까.
어쩌면 가족이란, ‘언제 따로 자느냐’가 아니라 ‘함께 잠들며 서로를 안심시키는 경험을 얼마나 오래 누리느냐’일지 모른다. 아이는 어느 날 자연스레 자신의 방으로, 침대로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조금 더 품고 싶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다시 혼자 살게 된다면 어떨까. 예전처럼 자유롭고 조용하겠지만, 아마도 적막할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와도 반겨주는 이 없고, 밥을 먹고 있어도 함께 숟가락을 들 사람 없는 그 삶은 이제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난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혼자가 익숙했던 그 시절로는.
만약 이 셋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혼자의 삶을 편하고 자유롭다고 믿으며 살았을 것이다. 세 사람의 온기, 눈빛, 숨결이 내 안에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결코 몰랐을 것이다. 진짜 자유는 혼자 있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찾아온다는 걸.
그래서 오늘 밤도, 세 사람은 한 침대에서 잔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너무나 따뜻하게. 가족이란 기쁨도 슬픔도 괴로움도 불편함도 함께 하는 게 아닐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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