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어제 아침, 딸아이 학교에서 ‘도서관 잔치’가 열렸다.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로 학생들이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나와 서로 판매한다. 돈 대신 ‘생각 열매’라는 것을 사용한다. 책을 읽고 기록할수록 열매가 쌓인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가장 많은 열매를 가진 학생이었다. 엄마를 닮아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들뜬 하루를 시작하려던 아침,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딸이 키우던 햄스터가 사라진 것이다. 어젯밤 먹이를 주다 열어둔 문으로 빠져나간 듯했다. 눈물이 맺힌 딸아이에게 “다시 사주면 되지”라며 안심시켰고, 다행히 기분이 크게 처지지 않은 채 등교했다.
저녁이 되어 가족이 모두 모였다. 우린 작전 회의를 열었다. 방 하나하나를 수색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음 단계로, 햄스터가 좋아하는 해바라기씨를 곳곳에 두었다. 혹시 밤새 나와 먹을지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놓아둔 먹이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어디선가 여전히 집 안에서 살아있다는 신호였다. 조용한 새벽, 냉장고 아래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다. 잠시 후, 흰 머리 한 조각이 살짝 보였다.
딸은 단단한 줄자로 냉장고 밑을 훑었다. 그리고 햄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씨를 두었다. 잠시 후,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기어나오는 녀석. 딸은 재빨리 손을 뻗어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왔다. 햄스터가 다시 쳇바퀴를 힘차게 돌리자 딸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거야.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다음에도 잃어버리게 돼. 그러니 오늘 고칠 수 있는 건 지금 바로 고쳐야 해.”
딸은 그날로 햄스터 집 주변을 깔끔히 정리했다. 문 주변 장애물을 멀리 치우고, 틈을 막았다. 그 작은 행동이 참 대견했다. 아이의 세상에서 ‘햄스터를 잃어버린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첫 경험이었다. 살다 보면 더 큰 실수와 어려움도 만나겠지만, 그럴 때마다 탓보다 해결에 집중한다면 그건 이미 성장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