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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Q Nov 05. 2024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주택설계를 의뢰받아서 하다 보면 의뢰인에 따라 넓은 면적을 단층으로 해결하기를 원하기도 하고, 반면 좁은 면적임에도 층을 구분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단층으로 원하는 것은 아마도 아파트에서의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택에서의 삶은 복층형과 같이 삶의 형태에 따라 다른 층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가족들 간에 각자의 공간을 갖기도 하고, 위아래 이동하는 공간의 여정을 통해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월간에세이 10월 호, 복층형과 겁 그리고 상상력 中-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꽤나 인상적인 말이어서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있다. 운동장 하나에 4~5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진 곳은 우리나라에 딱 두 곳이 있다. 바로 교도소와 학교다. 이런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전주에 있는 양현고에 강의를 할 일이 있어서 다녀왔다. 새로 생긴 학교라 그런지 교도소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축구를 해도 될 정도로 넓은 복도와 5층까지 이어지는 시야가 탁 트인 둥근 형태의 계단, 그리고 높은 천고. 계절의 변화와 날씨가 바로 느껴지는 통유리. 이런 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조금 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내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복층집에서 살고 싶다. 서로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으면 좋겠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공간의 여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거창한 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입체적인 공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아쉬운대로(오늘도!) 아들 쓰라고 산(하지만 아들은 한번도 자본 적이 없는) 2층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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