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비아 킴 Dec 08. 2021

관계의 목적

갈등과 갈등 사이



  삶에서는 예리한 칼날로 서로가 마음을 긁어대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 입히지 않고서는 내 상처가 설명되지 않거나, 낫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여기에는 우리가 왜 서로 함께하는지 그 목적이 분명할 경우 사소한 갈등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마치 오염된 물이 스스로를 정화하듯, 감정의 불순물도 오래지 않아 금세 정화되고 사이에 흐르는 불편한 기류도 좋은 에너지로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우리는 관계의 목적에 대해 쉬이 답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목적 없이 호감으로 만나온 것이 유지되어 왔거나, 어쩌면 처음의 목적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우리가 서로 함께 하는 이유는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지금의 평화로움을 유지하거나 더욱 잘 지내기 위함이며,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연약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은 다양한 의미로 포장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그것이 나라는 사람과 당신이라는 존재와 우리의 관계를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며 비로소 여기에 있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목적을 잘 가지고 있다면 순간의 치솟는 감정의 기류를 억누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부정적 기류에서 구할 순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세 화해하고, 사과하고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다.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너무 아픔을 잘 느끼고, 일어서기 위해서 애쓰는 존재이지 않는가. 너무 아프기에 외부의 공격과 내 안의 목소리에도 쉽게 무너지고 또 일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려 하지 않는가.



 인간에겐 행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생각과 마음이 있다. 수많은 마음에 이름을 붙여가며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하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존재를 확인하려는 여러 행위 중에 우리가 가장 큰 기쁨으로 흘러 넘칠 때가 서로가 끌어 안아 줄 때이지 않을까.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목적'이지 않을까.

 나와 타인을 향한 날을 내려놓고 상처 받은 내 마음을 보듬어준 후, 그 힘으로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우리 자신에게도 있다고 믿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책에서 읽은 이 말이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신과 나의 만남은 아름다운 순간의 계절이라고. 햇살이 비추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서 지금의 나와 당신이 되었으며, 앞으로 각자가 새로운 계절로 이어나갈 것이다.

이전 02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