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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Jun 19. 2023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기.

당신을 많이 발견하는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

 브런치, 각종 SNS 부유하다 보면 자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적어놓은 글을 보게 된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고,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는지를 적어둔 자서전 같기도 하고 일기 같은 글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같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되뇌는 주문처럼 보인다. 신기하게도  흐름은 무척이나 닮아있다. 동질감이 느껴지면서도 내가 끄적였던 글들이 떠오르면 손이 오글거리기도 하고, 역경을 극복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앞서곤 한다.


 내게도 우여곡절을 드러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몇 달 전만 해도 극적인 삶은 내게만 주어진 것이라 착각했다. 나는 ‘놀라운 어떤 일’이 일어나면 - 예를 들면, 수상을 하거나, 승진을 하거나, 졸업을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등등, 남에게도 있을 법한 그런 일들을 - 과거에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 믿었다. 이것이 마치 나의 노력과 삶의 굴곡처럼 보였으면 했고, 처지가 좋지 않거나 실수 투성이었던 과거를 끄집어내서, 전후 비교처럼 만들었다. 그래야 지금이 더 극적으로 보일 거라 믿었던 것 같다.


 글들이 점점 똑같아진다고 느껴진 어느 날. 현재 일어난 사건에서부터 과거를 끄집어내고, 지금은 더 나아졌다는 글을 쓰길 멈추었다. 최근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고, 떠다니는 부표처럼 지내다 보니 그런 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행위에 흥미를 잃었다. 사실은 더 나아진 것이 없지만 그저 괜찮은 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할수록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이 싫었고, 더 꾸며낼 것도 없다 보니 그만둔 것이 맞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경우일 뿐이고,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먹먹한 글과 조우할 때도 있다.


 글쓴이의 삶에서 어떤 것은  나아졌을 것이고, 어떤 것은  힘들어졌을 것이다. 자의적일 수도 있고, 저항할  없는 운명에 빨려 들어갔을 수도 있는 삶이다. 사람들은 그 삶을 기꺼이 글로 보여주고자 한다. 화려한 문장이 아닐지라도 진솔하게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담담하게 적어 내려 가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고, 누군가가 위로받고 공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글들이 많이 쏟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타인의 삶을 욕망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채지 못한다.

 소셜네트워크에 비치는 타인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의 삶을 초라한 거울로 비추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많이 써 내려가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엇을 더 좋아하고 어디에서 안정감을 느끼는지. 그런 것들을 많이 발견하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스스로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꾸며보기도 하고, 또 그 사이에서 괴리감도 느껴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솔직하게 살아야 할지 고민도 해보고, 그렇게 삶의 지도를 점점 밝혀나갔으면 좋겠다. 단 한번 주어진 생이 스스로에게 가치 있다고 여겨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너무 짧고, 우리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의 생도 짧다.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쓴 글이 오래도록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먼 훗날 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내가 휘갈겨둔 글을 우연히 발견해서, 밤새 읽어준다면 우리는 또 누군가의 순간에서 기억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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