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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Nov 07. 2022

진심을 전하는 것

관계에 대한 한 단락



 나는 여전히 우리의 거리가 어렵다. 당신과 내가 가까워졌다 싶으면 어느새 아슬아슬한 외다리 하나만이 걸쳐진 골짜기이길 반복한다. 새된 음성으로 외치는 내 말은 제대로 전해졌는지 모르겠고, 당신이 반대편에서 외치는 말은 메아리처럼 흩어져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목소리는 공중으로 흩어지고 가슴엔 불안만 남는다.


누가 먼저 아슬한 다리를 건널지 수많은 찰나를 망설이며, 우리는 상실의 바람 속에서 몸부림치고 외로운 저녁 속으로 스며든다.


그것은 우리의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라 객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몰라주는 것과 네가 나를 몰라주는 것이 사무치게 슬프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외나무다리를 끊어버리고 각기 자신의 길을 가도 되겠지. 허나, 그러기에 우리의 가을의 끝자락은 아쉽고, 겨울은 지나치게 길고 춥다. 오랜 시간 이어온 당신과 나의 외나무다리에 다정이란 온기로 싹이 피어나게 하고 싶다. 우리의 시간에 지난 봄이 다시 찾아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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