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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킴 Nov 18. 2022

당신에게 전부 다 주었으면 됐다.  

있는 힘껏 사랑하기



사막을 가 본 적은 없지만 나는 종종 사막 한가운데 서있는 꿈을 꾼다. 꿈의 한 조각에서 엿본 것은 그리움이다. 열기와 적막, 시린 달빛이 성글어 있는 모래알 하나마다 기억이 담겨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과 애환은 마치 사막 모래 위를 제자리걸음을 하듯 헤어 나올 수가 없고 갑자기 불어온 모래 폭풍 속에 파묻히듯 그리움에 갇혀버린다.

 찰나는 우리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의 이름이 무엇인지 붙이기도 전에 슬픔이 먼저 찾아온다. 아침이 멀다. 얼마나 이 길을 걸어야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까.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줘야 할지 늘 고민했다. 무엇을 주어야 당신이 기뻐할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것은 내게 너무도 어려운 것이었다. 랑이 고고*에게 어느 조개껍질을 갖고 싶냐고 물었을 때처럼 당신에게 몇 가지를 늘어놓고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었다. 때론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내가 가져야 할 것 그가 가져야 할 것을 나누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손에 쥔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모두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고, 그것보다 다른 것들이 필요했을 수도 있었다. 다정한 당신이기 때문에 언제나 대답을 고심하고 남는 것을 고르거나,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을 달라고 했다. 내가 주는 것을 사양하거나 잠자코 받았다. 돌이켜 보면 내 마음이 그랬다. 내 마음 전부를 줄 수가 없었다. 당신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혼자 남겨진 내가 텅 빈 가슴을 안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당신이 죽는 꿈을 꾸었다. 나는 꿈에서 당신과 심하게 다투었고, 너 따위 사라져 버리라는 매몰찬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당신은 너무도 슬픈 표정으로 돌아섰고 때마침 무너진 담장에 깔려 죽었다. 당신이 없는 다음날은 어제와 같은 하루였다. 하늘에는 해가 떴고, 이제 막 꽃망울이 피는 계절의 공기는 건조했다. 나는 당신이 죽은 것이 믿기지 않았고 세상은 변함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나는 당신이 다시 돌아온다면 정말로 잘해주리라 마음먹으며 울었다. 결국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살아있고, 당신은 죽었다. 내 시간은 흘러가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사랑하는 당신을 잃은 나는 세계에서 배척당한 존재가 됐다.


 총천연색의 꿈은 생생한 기억의 한 조각과 흡사해서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먹먹한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한참을 누워 있었다. 당신을 잃고난 후에야 나는 사랑을 깨달았다. 내가 뱉은 심한 말을 지독하게 후회하며 당신이 살아돌아오길 간절히 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준다면, 그때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부정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당신을 있는 힘껏 사랑하지 못했을 때 찾아올 절망이 얼마나 큰지, 내게 알려준 날이었다.



 내게 두번째 기회는 지금의 생이다. 그러나 용기가 없는 나는 드넓은 사막을 건너갈 자신이 없다. 사막의 고고한 언덕에서 외로움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내 마음을 다 주고 나면 무엇으로 또 채워야 할지 막막하다. 그러나 당신을 정말로 잃게 된다면 나는 깊은 후회에 사무치겠지. 있는 힘껏 사랑하지 않은 나 자신을 한탄하며 다시 당신을 힘껏 사랑할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외치겠지.


 

 그러니 무엇을 줄 지 망설이지 않고 당신에게 다 주어야겠다.

 내 마음, 내 사랑, 내 그리움.

 모두.


 




@Picture by 김소율


*랑과 나의 사막-천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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