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왈츠, 우리의 결혼식

어설프면 어때 행복했으면 됐지

by하람

10월의 화창한 어느 날. 차가운 공기였지만 햇빛은 따뜻했고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전 날까지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늦게 잠들었지만 아침부터 일어나 분주히 준비해 샵으로 달려갔다.

결혼식 연계로 진행했던 터라 헤어와 메이크업도 결혼식장 내에서 받을 예정이었으나

아무리 봐도 메이크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 뒤늦게 청담으로 바꾼 뒤였다. 지금 생각하면 백번 천 번 잘한 일.

엄마 메이크업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했는데 그냥 결혼식장 근처 다른 샵으로 바꿀 걸 그랬다.

가격도 더 저렴하고 실력도 좋으셨는데 번거로우실 거 같아 그냥 진행한 게 아쉽다. 그래도 헤어를

잘해주셔서 혼주가 우아하고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어 다행이었다.


청담동 샵에 가니 신부와 신랑은 왜 이리 많은지 진짜 결혼 성수기 시즌이 실감 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샵을 나서기 전에 무조건 이야기하라는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내 피부 화장 뭉친 것,

머리카락이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을 말했고 신랑 헤어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머리를 올려서 정리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훨씬 인물이 살았다. 신랑의 앞머리를 올리는 건

상상해보지 않았었는데 결혼식 일주일 전 갔던 강남샵 선생님이 추천해 주셔서 처음 시도해 본 스타일이었다.

그때 진짜 신랑한테 뿅 반하고 말았다. 사실 신랑의 외모에 첫눈에 반한 건 아니어서

그동안 몬난이라고 놀리기만 했었는데 인물이 확 살면서 너무 멋있어져 깜짝 놀랐다. 그때 시도해 본 스타일

덕분에 결혼식장에서도 멋진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을 가득 안고 차를 타고 달렸다. 서로 지금 기분이 어떤 지 영상을 찍으며 인터뷰했고

비가 오지 않음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사실 실내에서 결혼식을 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수 있지만

하객들이 오시는 길도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야외 웨딩이 로망이었는데 하객들이 힘들다는 이야기에 추진할 수가 없었다. 물론 비용적인 부분도 컸다. 게다가 날씨 변수 때문에 더욱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야외스냅 촬영을 했는데 당일 오전까지도 비가 와서 전 날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신랑 하고도 싸웠었지... 내가 원하는 야외 스냅은 화창한 날씨에 디즈니 같은 느낌이었는데 비가 오면

정말 정반대의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신랑은 야외 스냅 예약하면서 날씨 생각 못했냐고 하는데

그 말이 왜 이리 서럽던지... 물론 신랑의 뉘앙스는 위와 달라서 억울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냥 서러웠다.

그래서 결혼식장은 야외로 잡지 않은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했다. 사실 예산을 조금 더 충분히 쓸 수

있었다면 야외 웨딩을 진행하고 비가 오면 실내 예식이 가능한 곳으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웨딩홀도 야외 느낌에 내가 정말 원했던 분위기라서 지금도 아주 만족하고 있다.

외각에 위치해 있다 보니 비용도 훨씬 저렴해서 현실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객분들도 웨딩홀 너무 예쁘고 좋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주차 공간이 넓었고 음식도

생각보다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식장에 간 우리는 정신없이 사진부터 찍고

나는 신부 대기실로 이동했다. 신부 대기실에서도 가족, 신랑과 사진 찍고 찾아와 주신 분들과 사진

촬영을 했다. 전 날 가방 하나하나 싸면서 준비를 많이 하기는 했는데 내 화장 고칠 시간도 없었다.

샵에서 준 립스틱 여분도 찾을 수 없어서 헬퍼님이 갖고 계신 립으로 대체했다.


드디어 신부 입장 시간. 진짜 신부입장곡에 맞춘 타이밍부터 여러 계산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하나도 맞지 않았다. 너무 빨리 입장했고 인사했다. 게다가 아빠와의 왈츠를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우리 아빠 가뜩이나 연습도 많이 못 했는데 긴장하셔서 우왕좌왕 난리도 아니었다.

연습하자고 할 때는 됐다고 괜찮다고 하시더니 못살아. 그래도 하객 모두가 웃으며 재밌는 결혼식이라고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결혼식이 끝난 직후에는 아쉬운 것 투성이었는데 지금 약 3개월 후 돌아보면

그 또한 추억이고 어설픔이지 않았나 싶다. 너무 정형화되어 있고 완벽한 결혼식보다 조금 서툴고

어설프지만 우리만의 따듯함이 묻어 있는 결혼식이었다.


아빠, 엄마와 포옹할 때 아빠의 눈물을 보고 나도 왈칵 눈물이 나는 걸 겨우 참았고

동생의 축가를 들으며 대견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식장에서 가사를 놓을 수 있는 보면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안 해줘서 외워서 부르다 가사를 틀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가족의 사랑과 관심 안에서 우리의 결혼식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생네컷 사진까지 완료한 우리는 아까운 헤어와 메이크업을 하나하나 지우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우리 이제 잘 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