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는데 왜 출근했어요?"

2주 뒤 떠난 신혼여행, 결혼식 후 길고도 짧았던 그 시간

by 하람

결혼식 다음날 신랑은 바로 출근했다. 일요일 예식이었고 신혼여행은 2주 뒤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월에 결혼했는데 같은 해 2월에 결혼식장을 잡았다. 원하는 시간대에 토요일 예식은 날짜가 없었고

이모가 받아주신 날도 일요일이 많았기 때문에 일요일 예식으로 정했다. 결혼식 준비와 신혼여행으로 연차를 거의 다 쓴 신랑은 결혼식 다음날 바로 출근하게 됐다. 신랑을 보고 많은 사람이 "왜 출근했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프리랜서인 나는 잡았던 일정이 취소되며 다행히 푹 쉴 수 있었다. 결혼식 다음날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기절한 것 같다. 결혼식 동안 하루 종일 뛰어다닌 신랑은 얼마나 피곤했을까. 신랑은 5일 근무를 다 하고 주말에야 겨우 쉴 수 있었다.


우리가 신혼여행을 2주 뒤로 잡은 건 그전에 미리 잡힌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강의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고 신랑도 회사에서 행사가 크게 있었는데 행사를 하고 가려고 2주 뒤에 신혼여행을 잡았다. 근데 신랑 회사의 행사는 일정이 뒤로 밀려서 결국 참여하지는 못했다. 사실 너무 고생하는 행사였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신혼여행을 2주 뒤에 가니 여유가 많을 줄 알았다. 결혼식 준비로 바빠서 신혼여행 준비를 하나도 못했기

때문에 신혼여행이 끝나자마자 신혼여행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진짜 결혼식, 신혼여행, 집 계약까지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대단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 살던 집과 관사가 있었기 때문에 집도 구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신혼여행 준비는 뒷전이었고 결혼식 준비만으로 아주 아주

힘들었다. 이제 결혼식이 끝나자 신혼여행 준비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사실 신혼여행에서 묵을 리조트,

호텔, 투어 프로그램 등은 신랑이 다 준비해 줬고 내가 해야 할 건 옷이었다! 옷이라니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긴데 그때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옷을 샀을까. 시밀러룩도 사야 하고 휴양지룩도 사야 하고 수영장에서

놀 튜브도 사고 수영복도 사야 했다. 막상 가서 진짜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는데 돈을 얼마나 쓴 건지

모르겠다. 다 저렴한 걸로 샀지만 모이니까 엄청난 큰돈이다. 신랑이 옷 사라고 50만 원도

보내줬는데 그게 모자를 지 몰랐다... 못살아. 사진 보면 옷이 막 커서 난리고 수영복도 10년 만에 처음

사다 보니 사이즈를 너무 크게 사서 사진 건질 것도 없다. 입어봤는데도 그게 큰 건지 작은 건지 구분도

못했다. 결혼한다고 살을 많이 빼서 그런 것도 있고 수영복에 대한 감이 아예 없던 거 같다.

너무 아쉽지만 어쩌랴... 그때는 예쁜 신혼여행 사진을 남길 생각에 들떠서 정신없이 구매했다.

신혼여행을 기념할 토퍼도 제작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그 사이사이에 일도 해야 했고 1박 2일로 여행도 다녀왔다. 추첨이 된 여행 상품이 있었는데

10월 말까지 기한이 있어서 중간에 쌤과 다녀오기까지! 일과 준비를 병행하다 보니 신혼여행 날이

훌쩍 다가왔다. 실감이 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태로 전날까지 열심히 준비했다.

네일, 페디도 새로 받고 뿌염도 했다. 뭔가 푹 자고 컨디션 좋게 출발할 수 있었는데 막상 이런저런

준비로 정신이 없는 상태로 출발하는 느낌이었다. 공항 가기 전에 순대국밥까지 야무지게 먹었지만

선크림, 알로에 사는 걸 깜박해서 공항에서 사면서 돈도 엄청 쓰고 찝찝하면서도 아쉬운 마음

가득 우리의 신혼여행이 시작됐다. 이게 우리의 우당탕 신혼여행의 서막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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