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이해한다는 것
아이를 키우고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에게 ‘엄마’와 ‘아빠’는 그냥 엄마, 아빠였다.
존재의 시작부터 함께 있었고,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당연한 사람들.
그들이 어떤 젊은 시절을 살았고, 어떤 꿈을 품었으며, 어떤 인간이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그런 질문이 들었다.
부모님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었고, 친구였고, 사회의 일원이었을 텐데.
내가 지금처럼 한 사람의 부모가 되어 살아가듯, 그들도 그렇게 '부모 역할'을 시작한 거였겠구나.
돌이켜보면, 부모님에게도 꿈이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전부인 삶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을게다.
나 하나 키우기도 이렇게 벅찬데, 셋이나 되는 자식을 키우며 얼마나 많은 걸 내려놓아야 했을까.
그 포기의 순간들엔 아쉬움과 외로움, 때론 원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의 웃는 얼굴 하나에 다시 힘을 얻듯, 부모님도 그렇게 우리를 보며 다시 일어섰겠지.
말없이, 묵묵히.
부모가 된다는 건, 부모였던 그들의 시간을 다시 걷는 일이다.
내가 몰랐던 그 길을 조금씩 따라가며 그 마음을 조금씩 헤아려 보는 일이다.
물론 끝까지 완전히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아무리 가까워도 결국 서로의 전부를 알 수 없는 거리만큼은 남겨두는 사이니까.
내 아이가 나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듯, 나도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부모가 된다는 건, 시간을 거슬러 부모의 마음을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부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