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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바운스 속 아이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

by 그레이

모처럼 연휴에 아이와 집에서 멀지 않은 식물원에 다녀왔다. 큰 기대 없이 온 식물원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식물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 프로그램과 시설이 많았다. 올챙이 잡기, 돼지와 토끼 밥 주기 같은 자연 체험부터 집라인, 장난감 말타기, 라인 썰매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기구까지 다양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이 반짝거리던 아이는 몸이 하나라 아쉬운 듯 몸을 주체하지 못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 했다.


그중 원픽 놀이 기구는 에어바운스였다. 보통 키즈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바운스가 산 중턱 자연 속 살짝 부자연스럽게 설치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그게 무슨 대수랴. 이미 여러 명의 아이들이 에어바운스에서 무아지경으로 놀고 있었다. 우리 아이도 무언가에 이끌리듯 엄마가 신발을 벗겨주자마자 뛰어 들어갔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 부모 없이 아이들만 노는 공간이라 행여 서로 부딪힐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에어바운스 주위를 둘러 서서 아이를 지켜봤다.


아내와 나도 노심초사하는 마음 반, 눈으로만 아이를 보면 되니 긴장 풀린 마음 반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제 두 돌이 지난 아이보다 몸집이 더 큰 형, 누나들도 있어 아이는 치이기도 하고 미끄럼틀에서는 혼자 올라가기도 어려워 미끄러지기도 했다. 공룡 풍선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자 짜증 내며 울기도 했지만, 넘어지고 부딪쳐도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아이는 침까지 흘리며 꺄르르 웃고 뛰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나도 미소가 지어지고 잘 왔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십 수 명의 아이들이 뒤엉켜 노는 에어바운스를 바라보니 그저 작은 놀이터가 아닌 그들만의 작은 사회 같아 보였다. 뛰다 보면 이유 없이 다른 아이와 부딪히고, 때로는 처음 보는 동생을 위해 양보를 해야 하기도 하고,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해야 하는 공간. 언제나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과 선생님도 없는 아이들만의 공간. 부모가 밖에서 바라보지만 넘어져도 아이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곳.


에어바운스는 20분 짧은 시간 동안 부모 없이 홀로 느끼고 경험하고 갈등을 겪고 해결해야 하는 곳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반 친구들, 선생님과 지내는 모습을 잠깐씩 보긴 했지만 오롯이 관찰자의 시점에서 노는 모습을 제대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냥 귀여운 아기 같던 아이도 나중에 커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안쓰럽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순간 몰려왔다.


언젠가 아이는 우리 품을 떠나 학교에서, 사회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이해되지 않는 갈등을 겪기도 하고 즐거운 일도 경험하겠지. 그렇게 사회 일원이 되고, 자신만의 관계를 맺겠지. 누군가로 인해 상처를 받아 아파하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에게 아픈 상처를 주기도 하겠지. 아직 아이는 기저귀도 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하고 결국 어른이 되겠지.


아이가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건강한 사회의 일원', '성숙한 어른'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이기에 재밌게 노는 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나중에 어떤 어린이, 청소년, 어른이 되어 있을까?

착한 아이일까, 착하기만 할까. 밝은 성격일까. 공부는 잘할까, 아빠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을까.

이기적인 어른이 되지는 않을까. 친구들과는 잘 지내겠지.


나는 내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길 바라는 걸까.

어떻게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일까.

우리 아이를 멋진 어른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자격이 되는 어른일까.

자격이 조금은 부족해도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눈은 에어바운스 속 아이를 따라가며 미소를 지었지만 머릿속 아이는 이미 다 큰 어른이 되어 있었다.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란 게 이런 것일까. 홀로 작은 사회 속 일원으로 지내는 아이를 보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앞으로 에어바운스 보다 수만 배 더 큰 사회에서 수만 배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아이. 나도 아빠가 처음이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모르지만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 보다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 우리 아이가 그렇게 크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길.


KakaoTalk_20250717_032914091.jpg 공룡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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