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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l 09. 2023

우리 아이들은 엄마를 몇 번 부를까?

#1. Mummy

나의 아이들은 현재 만 5살 반, 3살 반 정도로 엄마를 무지 찾는 시기다. 하루에 몇 번이고 엄마를 부르는데, 보통 한 상황에서 한 번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연달아 부르기도 한다.(이럴 땐 빠르게 반응해 주는 게 상책!)


궁금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도대체 하루에 엄마를 몇 번 부를까?



그래서 셌다. 아이들이 나를 부를 때마다 한 땀 한 땀 바를정자 그려가며. 노트가 수중에 없을 때에는 핸드폰에 메모해 가며.


일주일 동안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아주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에게 너무 익숙해 카운팅 하지 않고 지나치던 순간들을 지나고서야 알아챈 적도 있고, 한 번에 아이들이 너무 많이 부를 때에는 바를 정자를 그려대기 나 역시 혼란스러웠으니까!



지난 토요일부터 이번주 금요일까지 일주일 간 카운팅하고 토요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는,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려보기 시작했다.


손으로 일일이 하다 보니, 중간에 뭔가 마음에 안 들고 잘못한 것 같아도, 다시 해볼 엄두를 낼 수는 없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고, 그저 아날로그의 묘미가 이런 거지 스스로 위안하며 그대로 그려나갈 뿐.




하루 24시간 중 대략 7시간씩 잔다고 생각하면 119시간을 눈뜨고 생활하는데, 그중 아이들과 함께 하는 총합은 35시간~45시간 사이였다. 3분의 1 정도의 시간만을 함께 하는 것이다. 체감상으로는 눈 뜬 전부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회사 가는 날(일주일에 두 번 출근, 나머지는 재택.)이 빠져서 일 테고, 함께 하는 동안은 아이들이 엄마를 자주 찾아 그리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어쩔 때는 엄마 좀 그만 부르고, 본인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건 했으면 싶다. 그러면 스을쩍 '아빠한테 가봐~', '혼자도 할 수 있잖아~' 라며 피하기도 하는 못난 엄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뭐라고 자기들의 우주인 듯 바라보고 불러주는 이 시기가 소중하여,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을 세어보는 일을 감행하였다.


그저 일상의 순간들이었을 뿐일텐데,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순간이 새롭게 다가왔던 한 주였다.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부르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갈까.

이렇게 기록할 수 있는 순간을 감사히 생각하며,

'엄마'라고 부리우는 찰나의 순간들을 점으로 찍었다.


아이들이 나를 많이 많이 불러주어,

한아름 꽃이 되었다.


991개의 점으로 그려진 꽃



어떻게 읽을까(Legend)


2023년 7월 1일- 2023년 7월 8일까지 총 일주일간 데이터를 수집했다.



초록색 꽃 그루: 요일을 나타낸다 (토, 일, 월, 화, 수, 목, 금 순서). 처음에는 시간별로까지 기록을 하다가, 너무 촘촘해지는 기록에 이건 아니다 싶어 하루 단위로 수집 방법을 바꾸었다.


줄기의 색: 너무 뻔하게 남자아이는 블루, 여자아이는 핑크를 한 거 아닌가 싶겠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정했다.


줄기의 길이: 하루에 함께 한 시간(1cm = 1 시간). 첫째 아이 방학이라 월요일 재택할 때 함께 있는 시간이 주말만큼 길었다.


꽃 가운데 원 사이즈: 하루에 총 엄마를 부른 횟수 = 원의 넓이 (원의 넓이가 클수록, 아이가 부른 수가 많다.) 총횟수를 원의 넓이로 하여 반지름을 대략적으로 구하고, 나온 값 그대로를 cm로 사용하려니 원의 크기가 너무 커져, 10으로 나누어 mm가 되도록 하였다.


부채꼴 모양: 꽃들이 겹칠 때가 있어 어떤 꽃은 한 줄에 10 (or 15) 점으로 찍거나, 그렇지 않으면 원을 따라가는 방향으로 5 (or 3) 개씩 찍어 올렸다. 좀 더 일관성 있게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각각의 점: 부른 횟수.


점의 색: 아이가 엄마를 부른 때를 5가지로 구분했다.  

1. 아이가 엄마를 그냥 부르거나 이야기하려고 불렀을 때

2. 질문할 때

3. 엄마 이것 좀 보라고 할 때

4. 부탁할 때

5. 한국어로 '엄마'라고 불렀을 때


The mindful data project #1




데이터가 하는 이야기

일주일간 아이들은 총 991번 나를 불렀다.(앞에서 언급했지만, 아주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아이들이 주말에는 늦게 일어나는 편이고 육퇴까지의 시간이 대략 11시간 정도 되어, 일주일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있는 날이 토요일이다. 일요일은 이 날 반나절 정도 혼자 시간을 갖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첫째가 방학을 하여 월요일 재택하며 함께 있어, 길이가 토요일과 같다.(이날 아이가 무진장 불러대 혼이 나가는 줄.)


시간 당 부르는 횟수

어린이집을 매일 가는 둘째와의 시간이 첫째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총 엄마를 부른 횟수는 둘째가 적지만, 시간당 평균으로 따지면 둘째가 조금 더 많다. 처음엔 총 부른 수만 썼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평균값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평균값도 넣었다.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일반 통계에서도 평균값, 중간값, 최빈값들 중 어떤 값이 더 의미 있는지 생각해 보고 사용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부를 때(603)가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는 엄마에게 궁금한 질문(143)이 많으며, 다음으로는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130)이 많았다. 이렇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함께 보고 싶어했다니. 새삼 아이들이 부르면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글은, 엄마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집을 잠시 나와 쓰는 글이니,

어서 집에 가서 너희들의 부름에 응대를 또 해드릴게.


곧 보자,

나의 작고 거대한 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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