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조금 장난스레 시작해보자면 - 사실 추측도 가능하겠지만 - oo의 정답은 이 글 문장 어딘가에 있다 :))
웃으면 복이 와요,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긍정 에너지를 불러오는 문구에 '웃음'은 포인트다. 문득 궁금해진다.
얼마나 웃으며 살고 있지?
처음 데이터 수집에 애를 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 분류에 대해 고심하느라 그랬다. 웃음이 다 같은 웃음이 아니라는 것을 데이터로 기록하는 순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Smile처럼 얌전하고 상냥한 미소가 있다면, 그냥 코웃음처럼 지나가는 웃음, 하 하고 1초도 안 되는 짧은 탄식 같은 웃음도 있다. 키득키득 개구지면서 속삭이는듯한 웃음도 있고, 와하하 터지는 웃음도 있다.
남편과 놀다가, 방금 나 Giggle이야 Laugh야? 묻기도 한다. Giggle 했다가 Laugh 했지.
아 어렵다. 일단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이 맞기는 할까 구글 해본다.
나 같은 질문 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심
분명 다르다고 설명도 다 읽고 나니, 이 둘을 구분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한다. Smile과 크게 웃는 Laugh가 아니라면 Giggle인 걸로.
The mindful data project #3
미소 짓고, 키득거리고, 웃는 순간들이 생각보다(지난주 Thank you에 이어) 또! 많았다. 여기서 많다는 것도 사실 정말 많은 것인지는 모른다. 비교집단이 없으니까. 오롯이 [나의 순간들]로만 이루어진, 지극적인 개인적 데이터일 뿐이므로 많다 적다의 기준은 평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를 꽤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카운팅을 하다 보니 나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었어? 싶다.
1. 대체 불가한 순간들
데이터를 수집하며 몸소 느낀 점은 아이들 덕분에 웃는 순간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과의 시간까지 합하면 전체의 50%가 넘는다. 여기에 이 아이들을 함께 만들어낸(?) 남편까지 합하면 거의 70%나 된다.
그렇다면 내게 지금의 가족이 없다면, 이들 덕분에 웃던 50~70%가 전부 다 사라질까?
그건 아니다. 아마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는 시간을, 하다못해 TV라도 보며 일부를 채우긴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인사 하며 건네는 미소, 어린이집에 내려주면서,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라는 인사, 퇴근하고 만나서 마주하는 미소의 수는 일상 깊숙이 자리한, 대체 불가한 미소다.
이제 꽤 말을 잘하는 첫째와, 조금씩 말문이 트여 문장다운 문장을 말하는 둘째의 이야기를 듣고 빵빵 터지는 웃음.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의미 있어진다.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만해지는 저녁 식사 시간.
아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던 아주 오래전부터 그리워했던 시간이
아마 이런 순간 들이었겠구나 싶었다.
2. The Mindful Data Proejct
사실 처음에는 [내가] 미소를 짓는 것, 그러니까 주체가 [나]인 행위를 카운팅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본 남편이 "내가 모모랑 같은 숫자로 당신을 미소 짓게 한단 말이야?" 라며 본인이 무언가를 덜 했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나는 급히, "당신이 [모모보다] 훨씬 더 많이 웃겼어!"라는 말을 위안이랍시고 한다.
오묘한 뉘앙스의 차이겠지만, 이번 데이터 수집은 누가 나를 많이 웃게 하느냐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어느 순간, 누구와 함께 많이 웃는가, 얼마나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끼고 표현 내지 표출하는가에 뜻이 있었다.
지난 두 번의 결과물에 이어, 이번 카운팅도 아주 정확한 숫자는 아닐 것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짓는 순간이 의식도 하지 못한 채 지나갔을 수도 있고, 회사에서 팀빌딩 게임을 하며 빵빵 터지던 순간도 그때그때 다 카운팅 하지 않았다(그 시간이 끝나고 어림잡아 셌다.).
스스로 이 프로젝트를 The Mindful Data Proejct라고 부르는데, 의식하지 못한 순간들은 그나마 스스로 캡처하고 인식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 나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구나, 내가 이럴 때 웃는구나, 그리고 결과를 보고 지금은 조금 충격인, 내가 이런 날 웃지 않았구나.
일주일 두 번, 회사 가는 날은 가족과 큰 웃음이 없었다는 것을 보며 정말 내가 그랬다고? 혹시 세는 걸 깜빡했나? 기억을 더듬지만 기록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받아들인다. 물론 매일같이 와하하 웃을 필요는 없지만, 하필 그날이 내가 회사로 출근하는 날들이라니. 마음에 걸렸다.
집에선 흥을 제일 못 즐기는 사람으로, 나만 크게 웃지 않는 상황이 종종 있다. 아이들과 아빠는 춤을 추는데, 나는 가만 앉아서 구경을 하는 그런 경우들. 유난히 밖에서 에너지가 곧잘 방전되는 날이 있고, 그러면 힘이 빠져 미소 정도에 그치고 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정신적 체력 관리가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일부러] 크게 웃을 일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행여나 나의 에너지가 가족에게서 웃을 일을 앗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번주 회사 가는 날 저녁, 한번 혼자 다시 봐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이번엔 아이들과 남편이 나로 인해 웃을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한 번 해봐야겠다.
엉덩이로 이름 쓰기 춤이라도 추면, 그럼 나도 저절로 풉. 하고 터지겠지.
어떻게 읽을까(Legend)
스마일 얼굴: 꽤 직관적으로 그리지 않았나 싶다. 웃음의 강도에 따라 Smile, Giggle, Laugh를 차례대로 그렸다.
요일: 10시 시침부터 (빨간 소화전 같은 모양을 파티션으로) 일, 월, 화, 수, 목, 금
햇빛: 각 순간들을 스마일리 페이스를 따라 그리고 보니 햇님이 빛을 내는 모양 같아 햇빛이라 부르기로.
주황: 아이들
분홍: 남편
진초록: (아이들, 남편 포함)가족이 다 같이
연두: 모모 (우리 집 강아지)
보라: 회사동료
노랑: 어머님 (데이터 수집 시작한 토요일 이른 아침에 가심.)
파랑: 그 외(샵, 이웃, 어린이집 선생님, 학교 선생님, 아이 친구 엄마들 etc)
빨강: 콘텐츠 (책이나 미디어)
햇빛은 각 요일별로 한 줄에 10번을 차지한다.
각 요일, 가장 많은 수부터 적은 수 순으로(Descending) 카테고리를 그렸다. 예를 들어, 햇님 얼굴 가장 첫 줄의 색이, 해당 요일 가장 많이 함께 웃은 카테고리가 된다.
데이터가 하는 이야기
일주일간 총 395번의 순간 웃었다.
토, 일 주말(햇님 머리 부분)에 가장 많이 웃는다.(이래서 주말 주말 하나보다.)
미소를 가장 많이 짓고, 크게 웃는 순간들이 그다음으로 많다.
Smile과 Giggle의 얼굴 라인에 주황색(아이들)이 많은 걸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할 때 많이 웃는다.
Laugh는 진초록(가족)이 가장 많다. 가족이 함께 있을 때 크게 웃을 순간이 더 많다.
이 주 목요일에 회사에서 팀빌딩 행사가 있어 평소보다 회사에서 많이 웃었다 (지난주 시어머니가 오신 것처럼, 이번 주 회사 행사도 변수인 셈이다. 원래 회사에서 이렇게 많이 안 웃는다.)
남편과 우리 집 강아지 모모에게 보내는 미소의 수가 같다.
가족, 혹은 아이들과 함께 크게 웃지 않는 유일한 날들이 화. 목. 내가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다. (작은 웃음들은 있지만 큰 웃음이 없다.)
아이들과 남편(따로따로), 그리고 가족이 함께 웃는 순간이 전체의 50% 이상이다.
눈 마주치고 웃을 수 있어서,
기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존재들이 곁에 있어서,
그래서 이따금 미소 짓는 나의 순간들을 담을 수 있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