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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pr 19. 2024

전 친구가 많아요. 그중에...

"야, 동전! 안녕"

"어...어..어.,아...안녕"

"어디 가냐?"

"아 저기.. 우리 할머니..그러니까..할머니집."

"멍멍멍멍"

"이 똥개는 왜 나만 보면 이렇게 짖어!"

"……."

"놀이터에 지금 모이기로 했어. 같이 가자."

"3시에 모이기로 하지 않았어?."

"멍멍멍멍멍..으으엉..멍멍머~멍"

"태연이가 지금 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지. 너에게는 내가 이야기한다고 했어."

"덕아 괜찮아. 조용히 해."

일요일에는 친구들이 학원을 가지 않아서 놀이터에 잘 모여 놀아요.

우리 아파트 안에 놀이터가 3곳이 있어요. 우리가 가는 곳은 기구가 많고 학교 운동장처럼 넓어요.

늘 모이는 친구들이 있어요.

일단, 기범이라는 친구가 와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잘 생긴 친구예요. 할머니 집에 가려다 놀이터 가는 이유를 알겠지요.

좋아해요. 제가요. 쉿, 비밀이에요. 아무도 모른단 말이에요.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막무가내로 떼쓰지 않고 매너가 있어요.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하얗고 옷도 잘 입어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말도 예쁘게 해요.

전 아무나 막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기범이는 내가 좋아해도 될 만한 남자아이예요.

그네를 타는데 기범이가 뒤에서 밀어준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마음 한 곳에 넣어두었어요. 기범이를 생각하는 공간을요.

콧구멍이 다시 따끔따끔하네요. 감정에 열이 있다는 표시예요. 조금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나 봐요. 붉게 콧구멍 테두리가 변했네요. 주황색으로요. 그래도 빨강까지는 아니니까 괜찮아요. 빨강은 화가 가득 차서 조절이 힘든 상태니까. 아직은...

방금 만난 이 친구를 볼 때 이상하게 주황색으로 변해요. 덕이도 아나 봐요. 같은 감정을 느끼니까 짖겠지요?


 이 친구 이름은 ‘해로’입니다. 편한 친구는 아니에요. 우리 반에서 제일 덩치가 큰 여자애지요.

아주 해롭지는 않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사이가 좋고 싶지도 않지만 나쁘고 싶지도 않아요. 경우에 따라서 도움이 되거든요.

해로는 힘이 세요. 키가 큰 만큼, 덩치가 큰 만큼.

같은 반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자기 심부름을 안 해 준다고 저를 밀었어요. 책상 옆에 서 있었는데 힘이 얼마나 센지 책상이랑 의자랑 제가 같이 넘어졌어요.

정확하게는 제가 조금 날아가듯 밀려서 책상을 짚었는데 책상이 넘어가고 책상 안에 있던 의자가 쓰러진 거지요.

아프기도 했지만 너무 속상했어요. 자기 심부름을 왜 나에게 시키냐고요. 화가 많이 났어요. 놀라기도 했고요. 울고 싶었지만 집에 갈 때까지 울지 않았어요. 전 그렇게 약한 아이가 아니거든요. 수업 마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울지 않았다고요.


 엄마가 문을 열고

 "동전, 어서와~"

하길래 엄마 품에 안겨 팡팡 한참 울었어요. 엄마한테는 다 보여줘도 돼요. 엄마니까요.

엄마가 이제 일하러 가지 않고 집에 있어서 정말 좋아요.

해로가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않았어요.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만 같이 놀아요. 전 그러기로 했어요.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인기가 많으면 더 좋겠지만 그냥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어요.

제 콧구멍이 세 개라는 건 사람들이 잘 몰라요. 자세히 봐야 안다고 했잖아요. 구멍이 아니라 작은 점처럼 보인다고요. 보통의 친구랑 다르지 않은 10살이고 싶어요. 친구들이 많다는 건 이상하지 않다는 거니까.

해로는 목소리가 크고 거칠어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힘이 세니까 같이 노는 것 같아요. 다른 반이랑 싸움이 붙으면 든든하거든요. 우리는 같은 반 친구니까요.


“안녕, 태연아”

“안녕, 덕이랑 같이 왔네.”

태연인 오늘도 예쁜 치마를 입고 왔네요. 놀이터 오면서 치마를 입는 유일한 친구예요.

날씬하고 얼굴도 예뻐요. 남자애들끼리 여자 인기투표를 했는데 1등을 했다는군요.

역시 남자들은 유치해요. 자기들끼리 여자 인기투표를 왜 하는 거죠?

예쁜데 잘 삐져서 피곤한 친구라고 말해두죠. 말도 좀 뾰족뾰족해요. 꼭 자기 턱처럼요.

그래도 덕이가 태연이보고 크게 짖지는 않아요. 그냥 봐주나 봐요. 예쁘면 다 용서할 수 있는 세상 아닌가요. 덕이가 세상 돌아가는 건 아나 봐요. 저처럼요.

“폰케이스 예쁘네. 바꿨구나.”

“역시, 동전은 바로 알아볼 줄 알았어. 다른 애들은 모르더라.”

“이렇게 귀여운데 몰라본다고? 멀리서도 반짝반짝해!.”

“응, 아빠 회사에서 이번에 디자인했어. 아직 판매하지 않는 거야.”

“우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네. 좋겠다.”

“웃기고 있네. 아직 판매를 안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겠지.”

“해로는 말을 진짜…….”

“저기. 반전 온다. 자전거 타고 오는 애 반전 맞지? 머리에 또 이상한 거 하나 했다.”

“하이!”

머리띠는 아닌 것 같은데 이마 위쪽과 앞 머리 경계에 형광 띠하나 걸친 아이. 오늘도 특이한 액세서리 하나 끼고 등장한 이 친구는 ‘반전’이지요.

평범을 거부하는 것 같은데. 특이한 듯 특이하지 않은 듯 애매한 친구입니다.

제가 보기엔 뭐 별거 아닌 친구인데 돋보이고 싶은지 꼭 옷이나 액세서리를 눈에 띄게 하고 다닙니다. 앗, 친구를 함부로 말했네요. 죄송합니다. 속마음까지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는데요…….

여자인데 남자애들이랑 더 잘 놀아요. 자전거를 잘 타고 운동을 잘해서 남자애들이랑 노는 게 맞나 봐요.

이제 송호까지 오면 다 모인 거예요.

여섯이랍니다. 잘 모이는 친구. 물론 우리 반 애들 다 제 친구지만요.

연두색 벤치에 저랑. 태연이랑 앉아서 폰케이스 구경하고. 해로는 철봉에 매달려 힘자랑하고 있네요. 잘 생긴 기범이는 축구공을 발로 차면서 놀이터를 돌고 있고요. 반전은 자전거로 지그재그 살살 운전하고 있습니다. 머리띠 비슷한 액세서리 보란 듯이요.

“멍, 멍멍멍멍”

“누가 오나보네.”

아하, 송호가 놀이터로 들어오고 있네요.

가만가만 어깨가 들썩이는데요. 이런... 또...

‘제발, 송호야…….’

by 빛날 ( 콧구멍 세 개 '동전'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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