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 Apr 12. 2024

콧구멍이 세 개라서.

콧구멍이 세 개입니다.

두 개의 콧구멍 오른쪽 옆에 작게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슬쩍 보면 잘 모릅니다.

살이 뭉쳐 올라온 점같이 보이기도 하고요.

세 개의 콧구멍을 가진 덕분에 냄새를 잘 맡습니다.

키우는 강아지 덕이와 비슷한 듯 다릅니다.

냄새를 덕이가 더 잘 맡지만 점처럼 보이는 콧구멍은 주변 분위기의 냄새라고 할까요? 온도를 감지합니다.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튀김 온도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행복. 기쁨. 슬픔.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감지하는 온도입니다.

다섯 살 때 코 옆이 가려워 빡빡 긁다가 구멍이 났지 뭐예요.

처음에는 표시가 안 나서 몰랐어요. 어느 날 콧물 한 방울이 흘러내려서 알았어요.

딱 한 방울이 쿵하고 떨어지는데 아주 밝은 빛을 내면서 떨어졌어요.

하늘이 아니라 얼굴에서 떨어졌어요. 정확하게는 세 번째 콧구멍에서요.

정말 신기했어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어쩌겠어요.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요.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어요. 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이랑 놀면서 알게 되었어요.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요. 콧구멍이 세 개인 거 말고 똑같아요. 그게 뭐 별거인가요.

이제 3학년이 됐어요. 10살. 알건 다 아는 나이지요.

아. 내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네요.

제 이름은 '동전'이랍니다.

100원. 500원 동전 있잖아요. 그 동전이랑 이름이 같아요.

동전이 앞뒤가 다른데 저도 속마음과 겉마음이 달라요. 어떻게 이름을 이렇게 지었는지.

어른들은 자기 생각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이란 걸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할머니가 사람은 이름대로 살아간다고 했어요. 이름 때문에 속과 겉이 다른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앞으로 저의 일상을 알게 될 거예요. 남들과 똑같아요. 다르지 않다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덕이가 놀아달라고 하네요. 덕이는 5살. 저랑 같은 여자 강아지예요.

남자 강아지라면 사이가 더 좋았을까요? 아니. 그건 모르겠지만 여하튼 덕이가 있어서 좋아요.

다음에는 친구들 소개해 줄게요. 전 외톨이는 아니에요.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아요.

그렇게 보인다고요? 그런 이야기는 종종 들어요.

지금은 덕이랑 할머니에게 가봐야겠어요. 할머니는요. 히히 생각만 해도 좋아요.

아주 아기일 때 엄마가 회사에 다닌다고 바빴어요.  그래서 집 가까이 살던 할머니가 저를 돌봐주셨어요

집이 가깝지 않았는데 제가 세상에 나올 때쯤 할머니집 근처로 이사 왔대요.

할머니랑 있으면 늘 웃게 돼요. 맛있는 것도 해주시고 예뻐해 주시니까요.

어어어. 셋째 콧구멍이 간질간질하면서 따뜻해지기 시작했어요.

"멍멍멍멍~~ 멍멍멍멍"

덕이도 느꼈나 봐요. "머~엉.멍멍멍멍"

by 빛날 ( 10살 '동전' 인사드립니다.)



이전 01화 나이 제한 없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