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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Apr 26. 2024

606 기범, 909 동전

송호는 잘 울어요.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이 많이 놀려요.

오늘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또 눈물 천국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세 번째 콧구멍이 벌렁입니다. 보라색입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슬픔이 느껴지니까요. 눈물이 흐르잖아요. 송호 얼굴에서요.  내 슬픔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프고 슬픈 감정 감지하는 순간  내 것이 돼요. 특히 우는 사람을 보게 되면요.

“오늘은 콧물에 비눗방울 안 생기냐? 재미없는데.”

해로가 송호를 놀리는데 역시 빠지지 않네요.

“비눗방울 생기게 해 봐. 톡톡 터트려 줄게.”

철봉에서 폴짝 내려와 송호 얼굴에 바짝 들이대며 말합니다.     

“빨리 흑~,오려고~오~옹~뛰다가 넘어졌어. 엉어엉엉엉어엉엉 어 엉”

“엇, 피다. 피”

기범이가 발견하고 송호에게 뛰어갑니다.

툭 튀어나온 무릎에 까만 색연필로 그린 것처럼  동그라미 모양이 생겼어요. 그 안에 선명한 빨간색 피가 흘러내립니다.

‘많이 아프겠는데 어떡하지?’

송호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기범이가 송호를 수돗가에 데려가 무릎을 씻어줍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요? 제가 좋아할 만한 남자라고 했지요!

“피가 계속 나는데. 안 되겠다. 우리 집이 가까우니까 집에 가자.”

“오늘 너네 달리기 기록 세우기로 하지 않았어?”

태연이가 아는 척합니다.     

그래, 떡볶이 먹으러 가기로 한 건 어떡하고!”

반전이 갑자기 목소리 높여 말합니다.

날씬하다 못해 빼빼로처럼 마른 애가 먹는 건 엄청 밝힙니다.     

송호는 여전히 훌쩍이고 있어요. 무릎을 쳐다보면서 친구들 눈치도 살핍니다.

작은 애가 더 작게 보이네요. 아휴..

“지금 송호가 무릎에 피가 계속 나니까. 이렇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집에 가면 뭐 먹을 게 있을 거야”


 기범이는 저랑 같은 아파트에 살아요. 놀이터 바로 앞 동 606호.

우리 집이랑 마주 보고 있어요. 전 909호. 우리 집 베란다에서 기범이 방이 보여요.

기범이는 모르지만 전 살짝살짝 보고 있어요. 기범이 방에 불이 켜지고 꺼지는 시간을 알아요.

기범이가 불을 끄고 잠자는 시간에 저도 같이 불을 끄고 자요. 그럼 꿈에서 만날 때가 있었거든요. 이것도 비밀이에요.

엄마도 모르는 이야기니까요.     

여섯 친구들 모두 기범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반전은 자전거를 폴짝폴짝 콩콩 찍으면서 따라옵니다. 역시 뭐라도 튀어야 하는 반전.

평범한 친구는 아니에요. 그렇죠?


 기범이 집에 가 본 적 있어요.

같은 반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요. 학원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들이 놀이터에 놀고 있더라고요. 같이 놀았죠. 그때 기범이 엄마가 마트 다녀오면서 기범이를 보고 놀이터로 들어왔어요.

우리 엄마도 운동을 마치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저를 보고  먹으러 들어가자는 말을 하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히히 그렇게 기범이 엄마랑 우리 엄마랑 인사를 하고 아는 사이가 된 거죠.

기범이 엄마가 집에 가서 같이 저녁 먹자며 친구들이랑 우리 엄마랑 기범이네 집에 다 같이 갔어요.

짜장면을 시켜주셨어요. 물론 탕수육도 같이요.     

집이 아주 깨끗하고 좋은 향이 났어요.

기범이 방에는 책도 많고 블록으로 만든 로봇. 조립된 장난감이 책장 한 칸 가득 정리되어 있었어요. 기범이 엄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해요. 아빠는 1년 동안 외국으로 출장을 가서 지금은 엄마랑 둘이 지낸다고 하고요.

오늘도 기범이 집은 여전히 깨끗합니다.

기범이가 약품 상자라고 적힌 하얀 네모난 통을 들고 왔어요. 집에 이런 것도 있어요!

송호의 무릎에 연고도 바르고 밴드도 붙였어요. 엄마처럼요. 기범이는 못하는 게 뭘까요?

송호는 울음을 그쳤어요. 괜찮아졌는지 입술 꼬리가 살짝 올라왔어요.

기범이가 냉장고를 열어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줬어요.

초콜릿 가득 묻은 아이스크림에 친구들 모두 기분이 좋아집니다.


 "너네 이 게임 알아?"

송호가 휴대폰을 꺼내 새로운 게임을 알려 줍니다.

친구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찾습니다.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먼저 차지하겠다고 목소리가 커졌어요.

아이돌처럼 예쁜 여자가 있어요!

태연이가 먼저 하겠다고 우겨요. 저도 하고 싶은 캐릭터인데요.

예쁘면 다 자기가 해야 한다는 욕심 많은 못된 애예요. 어쩌겠어요. 자기 마음대로 하는 태연이는 예쁜 캐릭터를 차지했어요.

해로는 힘이 세고 강하게 보이는 사 캐릭터.

기범이는 잘 생긴 운동선수.

반전은 동물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마법사 캐릭터를,

송호는 작고 연약한 여자 아이를 골랐어요. 아이, 참.

저는 귀가 쫑긋한 토끼 같은 강아지를 골랐네요.

태연이에게 예쁜 여자 캐릭터를 양보하면서 제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그래, 태연이 너랑 딱 맞는 캐릭터야. 닮았네. 예쁘고 옷도 잘 입고......”

저는 양보를 잘해요. 어른들은 제가 착하게 생겼대요. 귀엽고.

귀엽다는 말은 예쁘지 않은 아이에게 쓰는 말이라는 걸 알아요. 그 정도는... 안다고요.

친구들이 나랑 친구 해주는 건 제가 양보를 잘하기 때문 아닐까요?     

사실 제 속마음은요.

어른들에게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내 외모가 이렇다고 무시하지 마요. 나에게는 예쁜 친구가 있거든요!’랍니다.

누가 봐도 태연인 예쁜 여자아이니까. 저랑 친해요. 이렇게 예쁜 친구가요.     


띵동. 띵동

누가 왔나 봐요.

코가 실룩실룩... 아하. 알 것 같아요.     

by 빛날 ( 너는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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