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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May 03. 2024

해로 이야기

배달이 왔어요!

띵동 소리와 함께 화면에 비친 봉지. 떡볶이가 분명합니다.

세 번째 코가 알아차리잖아요. 떡볶이의 냄새~~~     

기쁘고 기분 좋으면 콧구멍 테두리에 핑크 빛이 나요.

먹는 기쁨을 아시지요?. 캬캬캬캬    

기범이가 엄마에게 전화했대요. 예쁜 얼굴만큼 마음도 예쁘시네요.

우리가 먹고 싶은 떡볶이를 세트로 주문해 주셨어요.

떡볶이. 삼각만두. 어묵튀김. 김말이. 쿨쿨~~ 달달 음료수.

주먹 김밥. 그리고 정말 제가 좋아하는 눈꽃 팥빙수!!!


일요일인데 기범이 엄마는 병원에 출근하셨어요.

간호사는 그렇다고 하네요. 저도 아프면 기범이 엄마에게 가서 치료받고 싶어요.

그런 날 꼭 왔으면 좋겠어요. 예쁜 옷 입고 가서 치료받을래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할머니가 말했어요. 매일매일 생각하니까 이루어질 거예요.

병원 가서 치료받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아픈 건 싫은데 어떡하지요?

어디를 아파야 할까요? 어려운 숙제 같아요. 아프지 않으면서 병원 가는 방법을 알아봐야겠어요.


지금은 눈앞에 있는 빙수부터 먹을게요.     

친구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먹어요.

튀김과 떡볶이를 같이 입 안에 넣어 우걱우걱 먹는 반전.

떡볶이를 먹는 태연이. 김말이부터 먹는 송호.

기범이는 꿀꺽꿀꺽 음료수를 마셔요. 목이 말랐나 봐요.

넘어진 송호 돌봐주고 친구들의 말을 다 들어주다 보니 힘들었을 거예요.

전 먹으면서 다 봐요. 음식에서 눈을 떼지 않아요. 친구들이 빨리 다 먹어버리면 안 되잖아요. 인기 있는 음식을 먼저 먹어야 해요. 빙수는 양도 적고 빨리 없어지니까요. 양이 많은 떡볶이는 천천히 먹으면 돼요.     

아, 잠깐, 뭔가 잘 못 본 걸까요?

해로가 먹지 않고 있어요. 저 두 손은 대체 뭘 하는 걸까요?

주먹 김밥은 만들어서 먹어야 해요. 밥이랑 김이랑 포장이 따로거든요. 보통 엄마가 만들어 주는 건데요.....

음식과 함께 배달된 투명 비닐장갑을 끼고 주먹밥을 만들고 있어요. 분명 해로의 손인데요. 

by 빛날 ( 유부 초밥 아니고 주먹 김밥 )

일어서더니 주방에 가서 직접 접시를 가지고 왔어요. 어떻게 찾았을까요?

주먹 김밥을 만들어서 예쁘게 접시에 담았어요.

“다 만들었어. 이제 먹으면 돼.”

혼잣말이 아니네요. 우리 보고 말해요.

거칠고 힘센 아이 ‘해로’ 가요.

김이랑 밥을 손으로 만지는 걸 보고 혼자 다 먹으려는 줄 알았는데요....

“피자도 시켜주면 좋은데. 다음에는 피자도 같이 시켜달라고 해 봐.”

역시 해로다운 말이네요.     

재미있게 놀고 집으로 왔어요.

기범이 집에 또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녀왔습니다.”

“어. 해로 왔어. 쿨럭 어~허엌  쿨럭~~ 친구들이랑 잘 놀았어?”

“네, 엄마 배고프지요? 금방 저녁 차려드릴게요.”

엄마는 이렇게 더운데 두꺼운 이불을 아직도 덮고 계세요.

몸에서 시베리아처럼 찬 바람이 나온대요. 먹는 약이 많아요.

약을 먹기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해요.

아빠는 쉬는 날이 한 달에 두 번밖에 없어요. 일요일이지만 출근을 해요. 기범이 엄마도 일요일 일하러 간다는데 좋은 직장에 나가는 것 같아요. 병원이라잖아요. 건물도 크고 에어컨도 나오고 팡팡 쏟아지는 눈도 뜨거운 햇볕도 피할 수 있잖아요. 우리 아빠는 건설 현장에서 일해요. 새벽에 나가고 밤늦게까지 일을 할 때가 많아요. 엄마는 아파요. 기침을 많이 해요. 기관지가 약하대요.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우리 엄마 밥을 차려주는 거예요.

안 아프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르겠어요. 없는 것 같아요.

엄마는 저만 보면 미안하대요. 저는 엄마에게 미안한데...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건강해서 좋겠어요. 돈도 잘 벌어서 좋겠어요. 엄마가 집에서 밥이랑 간식도 주니까 좋겠어요. 같이 놀러도 다니잖아요. 나도, 우리 집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아프기 전에는 우리도 놀이공원에 같이 갔었어요. 어렸는데 기억이 나요. 작고 예쁜 새들 집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고요!

친구들 만나면 괜히 센 척해요. 그래야 무시하지 않을 거잖아요.

우리 엄마가 아픈 거 몰랐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요.

친하게 지내다 보면 우리 집에도 놀러 오고 싶을 수 있고 우리 엄마 아픈 거 알게 될 거잖아요 친구들이 아는 게 싫어요. 끝까지 비밀로 할 거예요.     

학기 초에 동전을 살짝 밀었는데 책상이랑 같이 넘어져서 놀랐어요.

많이 다쳤을까 봐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됐어요. 그래도 동전이 심부름 안 해 준 거니까  화를 더 냈어요. 모르겠어요. 학교에서는 화가 많이 나요.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다른 애들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다 해주잖아요.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가고...

내가 친구들에게 화를 내도 엄마 아빠가 위로해 줄 거니까.

그러니까... 나는 애들에게 화를 내도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야! 해로!"

헉, 미친 중학생이 왔어요.

by 빛날 ( 미안해. 이렇게 그릴 생각은 아니었어....  I am 해로 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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