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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un 17. 2024

프롤로그

나에게 허합니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리기 전입니다.

다행입니다.

23년 12월 마지막 주말 금요일 오후입니다.

직장 관계로 집을 보러 다니는 중입니다. 제대로 구경할 수 있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겠다고 9월 마지막 날까지 근무를 하고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브런치북 공모전이 10월에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쉽지 않더라고요. 집중해서 글을 쓰고 응모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지요.

열심히 글과 그림을 그려 응모를 했습니다. 결과도 나왔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음을 압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직장생활을 계속했다면 응모도 못 했을 테니까요.

생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대책이 없지만 인생에서 1년 정도 글을 쓰는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생계에 매달리면 작가의 꿈을 이번 생에 이룰 수 없을 것 같아서요.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존경하는 선생님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직장 계속 다니고 있어요?"

"아니요"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글을 써보려고요. 글 쓰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생활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퇴사하는 분이 있어요. 그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함께 일 해 볼래요?"

"네? 네!!!!"


근무 지역이 경남 산청입니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적 여건이 좋습니다. 공기 좋은 곳이라 전원생활을 꿈꾸던 저는 이사를 결심합니다.


시골이라 부동산 정보가 도시처럼 많지가 않습니다.

혼자 이사하는 거라 큰 걸림은 없지만 마땅한 집이 없습니다.

괜찮은 방이 있다고 해서 금요일 오후 급하게 산청으로 왔습니다. 원룸 건물에 1층은 예쁜 커피숍입니다.

문을 여는 순간 답답합니다.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이지만, 답답한 이 공간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당이 있는 시골 생활을 혼자서 상상하다가 실망이 됩니다.

저의 요구 사항을 들으시고 먼저 이사를 오신 직장관계자 분이 지역 소식 앱에서 주택을 하나 찾아주십니다.

출근하기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단 가봅니다. 이대로 대구로 내려갈 수 없으니까요.


펜션입니다.

사장님이 경치가 좋은 방이라며 보여주십니다. 큰 바로 앞에는 강이 보입니다. 너머 산도 있습니다.

월세를 살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휴양을 오신 분과 직장관계로 오신 분입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상주하는 분이 계시니  무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펜션 안에 무인 카페가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나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 펜션 손님을 위해 만드신 공간입니다.

음료는 1000원에 간식은 무료라고 합니다.

그 카페에서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을 구하러 왔는데요.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입니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설렙니다.

살아보고 싶다. 이 집. 이 공간. 이 공기. 자연.

누려보고 싶다.


그렇게 1년의 펜션 월세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by 빛날 (펜션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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