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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Jul 03. 2024

민낯

자신의 민낯을 보신 적 있으시지요.

꾸미지 않으면 말 그대로 민낯입니다.

그 민낯을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들켰을 때 기분이 어떤가요?

창피함에 고개를 들기 불편합니다.

상대의 얼굴을 마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요.

껍데기 얼굴이 아니라

남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속마음이 들켰다면 어떨까요?

더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창피해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습니다.


어느 날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민낯을 내가 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들켰습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찾아냈습니다.

사람에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저울을 달아 무게를 재듯 나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 이익을 챙기려는 마음을 봤습니다.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생각 끝에는 내 이익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가 있었습니다.

너무 속 보이는 얄팍한 속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많이 놀랐습니다.

인정도 안되고 수용도 안됩니다.

내가? 내가 그렇다고?


마더테레사는 아니어도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요.

이타는 아니어도 최소한 이기적인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더 놀란 점은 나만 몰랐다는 겁니다.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굳이 말을 안 할 뿐이지요.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내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

고민을 이야기하고 들은 말이 있습니다.

'살아내려고 참 애썼구나.'

나에게 말해주라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살고 싶었을까?

그런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가 만들어 놓은 기대치에 많이 모자라니까요.


어떡하겠어요.

내가 숨 쉬고 살려면 그런 나를 인정해야 합니다.

살아내려고 참 애썼구나. 그냥 안아줍니다.

그랬더니 막힌 하수구멍이 뚫린 것처럼,

체해서 꽉 막혔던 명치가 풀립니다.


내가 생각한 나의 모습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리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그냥 그대로 나에게 말해 주자고요.

참 멋있는 사람이고 싶었는데 아니어서 실망했구나.

손해 안 보고 살고 싶었구나.

그랬구나...

그래도 괜찮아.

포장된 '나'로 살아낸다고 긴장하며 살아온 나에게

고생 많았다고 토닥여 줍니다.


이 방법이 가장 쉽고 세상 편하게 사는 것임을 알아갑니다.

by 빛날 ( 너에게서 내 모습을 본다. 돼지 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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