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직장을 가기 위해서는 한강을 건너 출퇴근 했다. 한강다리를 건너면서 강의 경관을 보는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언젠가 태풍이 지나간 날 하늘과 강과 강가 건물의 색깔이 도드라지던 인상적인 풍경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 오히려 다리를 건널 때 마다 맞닥뜨리는 교통 체증만이 생각난다.
부산에서 근무하면서 집은 광안리에 있고 직장은 영도에 있기 때문에 매일 출퇴근 때 마다 부산항 대교를 건너다닌다. 강이 아니라 바다를 매일 건너는 것이다.
부산항 대교에서 보면 용두산이 낮게 내려다 보이고, 구 여객선 터미널과 부산 본부세관 그리고 1부두는 아직 자리를 그대로 차지 하고 있을 뿐, 1부두와 자성대 부두 사이는 부산항 재개발로 매립이 되어 나대지에 국제여객선 터미널만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부산항 진입항로 쪽을 보면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들이 늘어서 있다. 직업병이 살아나 크레인이 몇대가 붐대를 내리드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몇대가 붐대를 하늘로 치켜올려 빈채로 있는지 보곤한다. 멀리 조도의 한국해양대학이 보이고 그 앞에 동삼동 매립지에 비행기 동체 같은 디자인의 국립해양박물관도 한눈에 들어 온다.
이 다리는 교통 체증이 없어 금방 건너가버리는 속도감에 항상 아름다운 경관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다리에서 부산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 아주 짧은 구간이기 때문이다. 영도 진입램프는 거의 놀이동산 수준이다. 처음 이 램프를 타고 운전할 때 빙글빙글 올라가는 램프 옆에 저 밑에 있는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운전대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영도에 산꼭대기에 신기산업이라는 커피 카페가 있다 선대가 운영하던 방울 공장을 아들이 리모델링하여 유명한 카페로 만들었다는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산항대교, 특히 야경이 아주 일품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교의 색깔이 이웃해 있는 터미널의 야드 조명과 어울려 징관을 보여준다.
오늘도 부산항 대교를 타고 바다를 건너 출근하면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에메랄드와 푸른 빛의 바다 경관을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