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근무시절에 우연히 활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부산 황룡산 초입의 활터에 올랐다. 자그마한 계곡을 사이에 두고 활터와 과녁터가 마련되어 있다. 수영구에 있어 이름도 수영정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활을 만져보기 시작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산 골짜기를 건너 150여 미터나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것이 신기했다. 사범님에게 간단한 자세와 임하는 마음 등을 교육받고 활시위 당기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맨손으로 시위를 당기느냐 손바닥이 매우 아프고, 자세도 흔들렸지만, 두 달이 지나 깍지를 끼고, 줄 달린 살을 쏘는 주살까지 할 수 있었다. 3개월 정도 훈련을 마친 후에 정식으로 사대에서 활을 쏘는 집궁식을 가질 수 있었다.
활을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지만 아직도 서너 순 (한순은 5발) 시위를 당기고 나면 팔이 후끈거린다. 145 미터나 떨어져 있는 과녁을 명중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활줄을 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터에서는 한순을 쏜 다음 20여분 쉬고 다음 순을 쏜다. 그 사이에 활을 주으러 가기도 하고, 막걸리 한잔을 하기도 한다. 활터에 오래 다닐수록 막걸리가 느는 이유이다. 특히 겨울에는 방어에 초밥, 봄에는 산나물무침에 매운탕 같이 계절별로 맛난 안주를 준비해 주시는 궁사 자매님들 덕분에 막걸리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활을 잘 쏘기 위해서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활 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그래서 집궁제원칙(執弓諸原則)으로 활 쏘는 자세를 가르치며, 국궁9계훈(國弓九戒訓)을 두어 활 쏠 때의 마음가짐을 갖추도록 한다. 특히 마음가짐을 강조하는데 활을 함부로 쏘지 말고, 많이 쏘지 말며, 한발 한 발을 집중해서 쏘라고 가르친다.
자세를 가다듬고 과녁이 크게 보일 때까지 집중하다가 시(矢)를 내면 어느새 하늘을 나는 활은 과녁을 맞히고 명중 불이 반짝반짝거린다. 숨을 죽이고 과녁에 집중하며 활을 쏘는 모습은 사뭇 삶에 대한 마음가짐과 흡사하다.
평일에는 출근 전에 활터를 다녀오기 위해 새벽 동트기 전에 활터에 올라간다. 오늘도 새벽 활을 쏘고 광안리 저 멀리 막 떠오른 해를 마주하며 금련산 활터를 터덜터덜 내려온다. 맞출 욕심에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채 활을 함부로 쏘지는 않았는지, 과녁을 맞혔다고 자만심에 성의 없게 활을 내지는 않았는지, 활을 생각하면서 삶의 자세도 함께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