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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May 14. 2020

부산 영도 낚시

부산 영도에는 쉽게 낚시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태종대나 조도 쪽은 방파제 낚시를 해야 하지만 크루즈 선착장 근처나 조선소 등 공장 인근은 잘 정비된 안벽에서 바로 낚시를 할 수 있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영도의 국립해양박물관 인근 안벽에서 낚시를 하곤 했다  주차하고 걸어서 1-2분이면 도착하니생활 낚시터 치고는 매우 편한 곳이다. 서울에서 인천 남항부두로 바다낚시를 가려면 새벽 2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부산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곳 낚시의 가장 큰 즐거움은 부산항으로 들고 나는 무역항로 상의 모든 선박을 볼 수 있는 점이다. 컨테이너선, 대마도 가는 여객선, 수리하러 들어오는 외국선박, 호화스런 크루즈선 등이 입항하는 제1무역항로이기 때문이다. 풍광도 좋다. 항로 뒤로는 멀리 오륙도가 보인다. 오른쪽에는 조도에 있는 한국해양대학이 보이고 왼쪽에는 새로 중개축한 크루즈터미널이 있다. 그리고 크루즈 터미널 건너에는 해경부두로 1,500톤급 경비함이 접안해 있다.

영도 크루즈 터미널 근처 방파제 낚시에서는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숭어가 주종이지만, 눈가가 노란색을 띤 참숭어도 가끔 잡힌다. 그리고 봄이 되면 도다리가 잡히고, 정어리 새끼인 매가리, 고등어, 청어 등도 잡힌다. 그리고 아귀나 한치, 문어 등도 심심치 않게 잡힌다. 동네 생활낚시치고는 어종이 꽤 다양한 편이다.


원투낚시에 지렁이 미끼로 던져놓으면 도다리와 성대, 그리고 간간히 문어도 나온다. 특히 겨울철과 봄철까지 크기가 팔뚝만 하고 배가 하얀 숭어가 많이 잡힌다. 숭어는 찌낚시나 원투낚시채비가 아니라 폭탄이라 불리는 숭어 채비를 사용한다. 폭탄은 빵가루와 새우를 반죽해 이를 추에 이겨 뭉친 다음 여러 개의 바늘을 그 속에 숨겨넣어 두는 것이다. 겨울 숭어는 덩치가 커서 낚시채비가 2-3호 큰바늘로 채비로 만들어 하지만, 초여름 이후는 숭어가 작아져서 채비도 7호 바늘 카드 채비로 7-8개 달아 넣어도 잘 잡힌다.


문제는 숭어가 많이 나오는 기간에는 소위 명당자리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동네 연세 많으신 낚시꾼들이 새벽부터 나와 자리를 선점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는 커피도 드리고 얼굴도 익혀 이분들과 친해진 덕분에 오히려 이분들이 좋은 자리를 잡아주기도 했다.


낚시가 끝나면 잡은 숭어를 들고 인근 식당으로 향한다  주인이 직접 회를 떠주고, 함께 말동무도 해준다. 숭어에는 ‘밤’이라 부르는 내장이 있는 것도 이분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동안 일반 횟집에서는 왜 이것을 먹어보지 못했을까? 숭어 ‘밤’의 졸깃졸깃한 식감은 회라기 보다는 닭 똥집에 더 가깝다. 휴일인데도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연구원들을 불러 함께 숭어회를 먹곤했다. 영도에서 낚시와 동네 낚시꾼들, 그리고 식당 주인과 함께  회를 먹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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