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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Sep 11. 2024

No.06

유실물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산 인생은

행복 죽음을

가져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날은 이러했다.

비번이었던 형은 한 술집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시간이 흐른 뒤 오토바이 한 대가

그 가게 앞에 주차를 했다.
그러고 나서 오토바이 주인은 술집으로 들어갔다.
주차된 오토바이를 여러 번 확인한 뒤,

오토바이에 달려 있던 무언가를 뜯어 냈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술집으로 들어가 다짜고짜

그 오토바이 주인의 멱살을 잡으며 오열을 했다.

'내 동생 살려내.

 이거, 이 키 링, 한참을 찾아도 못 찾았는데,

이걸 왜 네가 갖고 있어!

핸드폰은! 핸드폰은 어디다 버렸어!'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이건 석훈이가 고맙다고 저한테 준거라고요!'
라며 밀쳐 버렸다.

간호사형은 뒤로 넘어졌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마치 계산된 것처럼,
소주 박스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모두가 예상한 대로

영혼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상태다.
애초에 오토바이 주인은 가만히 있었고,
간호사형이 애초에 달려들었고 정당방위로 밀친 상황이었으니 경찰 조사는 가볍게 마무리되었다.

일련의 정황을 조합해 봤을 땐

오토바이 주인이 석훈을 쳐 버렸고,
그의 소지품을 들고 달아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그때의 알리바이는 어땠을까.
그는 휴대폰은 어디에 두었을까.
경찰은 왜 휴대폰을 찾지 않았을까.
폐기했을까?
아니면 그 키 링처럼 가지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나는 육체를 떠난 부유령을 찾아

대기실로 인도해야 한다.
중환자실 근처에도,

그 형의 집에도 간호사형은 보이지 않았다.
문득, 동생의 사고 장소에

가끔 간다던 말이 떠올라 그 장소에 가 보았다.
풀 숲이 우거진 곳에 간호사형이 서 있었다.
아니 부유령이 있었다.
슬픈 눈으로 나를 풀숲 한가운데를 보고 있었다.
지금 아니면 그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 종을 흔들었다.
하늘 문이 열렸고 빛이 그를 감싼 채 그는 사라졌다.
그가 서 있던 곳에 무언가 있었다.


그가 보고 있던 건 깨진 구형 휴대폰이었다.
간호사 형이 그토록 찾았던 동생의 휴대폰이었다.

그가 부유령이 되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몇 년째 방치되어 있던

휴대폰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대폰은 켜지지 않았다.

수년간 비와 바람에 맞섰던
휴대폰과  한참을 씨름하다가
메모리카드가 꽂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거기서 수많은 음성녹음파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호사 형의 동생은

매일매일을 음성녹음으로 기록했다.
그중에서 나는 마지막의 있던

그날의 기록을 소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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