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대학 엠티가 진행되던 날이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못 간다는 석훈을
그가 극구 불러 내어
만취 상태로 데리러 가다 생긴
참극이었다.
녹음에는 살려달라는 친구를 외면한 채
도망가는 듯한 상황이 녹음되었다.
이러한 증거를 경찰에 전달을 할까 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덮일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러던 도중 영원히 잠든 줄 알았던
석훈의 휴대폰이 켜졌다.
좀 더 빨리 켜졌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신의 장난인지,
신의 도움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음성 파일의 제보는
석훈의 폰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의 폰에 연결된 메일 계정을 통해
각종 언론사 기자들, 방송사 pd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혹시나 묻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알리는 개인방송 크리에이터들에게도 말이다.
이 정도면 하나만 걸려라,
물량공세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언론은
그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크리에이터들의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가해자와 석훈이 다니던
대학 동기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그로 인한 가해자의 질투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래서 어린아이들이 보던 직업에 관한 책에
크리에이터가 이미 들어가 있고,
직장인의 가슴속 한편엔
내가 이 회사 때려치우고 방송한다.
는 소리가 괜히 생긴 게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면 다섯 명 인도가 끝나면
나도 채널 한번, 만들어 볼까?
가난해도 형제끼리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부러웠고,
부잣집 아들이지만 화목하지 않은 자신보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질투도 났던 것 같다.
자신과 비교되도록,
늘 친한 척, 챙기는 척,
자신의 들러리로 석훈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형이라는 존재가 부러웠던 가해자였다.
자신이 석훈을 친 후에도
평소 석훈이 애지중지하던
키링만 주워갔던 것이다.
집안의 흠이 나지 않길 원했던
가해자의 부모는 인맥을 통해
사건을 빠르게 종결시켰고,
오토바이도 다른 것으로 교체되었다.
그렇게 그는 5년간 무탈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그날의 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그의 행실은
낮은 구형과 더 낮은 선고로 끝이 났다.
그날의 진실을 알길 원했던
간호사 형은 정작 중환자실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나의 첫 인도는 죽음이 되었다.
문득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에게 임무를 준 사자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불쌍하다고 느끼는가?
저 빛 너머에는 환생을 미룬 채
형을 기다리는 동생이 있는데도 말인가.
망각의 강을 함께 건널 특권도 있는데도
그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그 강의 끝에는 화목한 가정의 쌍둥이로
태어날 예정인데도 안타까운가.
법이 공정하게 심판하지 못해서 아직도 답답한가?
그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고,
그의 행복을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삶이었다.
부모는 자신의 흠이라고,
피를 나눈 동기간은 자신의 몫을
채가는 적으로 여길 뿐이지.
그를 유일하게 안타까워하던 사람을
질투에 눈이 멀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한 죄.
살아서도 낙인이 되고,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 죽음을 경험할 거야.
환생이란 희망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