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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Sep 14. 2024

No.09

뜻밖의 진실

하늘은 용기 있는 사람에게

하늘 높이 열려 있다.

-저스틴 크로니-


나의 인기척을 느낀 듯한 카페 직원은
나를 향해하던 일을 멈추고 말을 했다.

'주문하시겠어요?'

직원이 말을 걸어 적잖이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아저씨의 부유령은 나만 보였으니,
당연히 말을 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 음, 키오스크를 잘 못 쓰겠어서요.'

라고 말해 버렸다.

'아, 그럼 말해 주시면 결제해 드릴게요.'

'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얼떨결에 앞에 보이는 메뉴를 말했다.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하지 못했던

나는 사실 아메리카노를 잘 마시지 못했다.
미성숙한 어른이었나 보다.

본의 아니게 아메리카노의 쓴 맛을

느끼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직원에게 커피를 받을 때까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혹시 이 옆에 잡지 팔던 아저씨 요즘 안 나오시나요?

'음, 가판대 없어진 지 며칠 안 됐어요.
우리 사장님도 저번주까진

몇 권씩 사놓고 카페에 뒀는데 잘 모르겠네요.
사장님은 그 아저씨한테
덥거나 추우면 들어와 쉬라고도했거든요.  
그런데 한 번도 쉬러 오진 않던데...
그나저나, 지역이 바뀐 건가?
잘 모르겠네요.'

'아 네 알겠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나오면서 역시 섣부른 판단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이 카페는 빅이슈아저씨에게
잘 대해 줬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한 음모론을 펼쳤던 난 괜한 미안함에 민망해졌다.
그와는 별개로 아메리카노는 생각보다 쓰진 않았다.

부유령이 되었다는 건,
어디선가 영혼을 기다리는 육체가 있다는 소리겠지.

홈페이지에 있는

빅이슈 인천부평지부 주소로 향했다.
사무실은 조용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부평역 앞에 있던

빅이슈 판매 아저씨 자리 옮겼나요?
전에 제가 돈을 덜 드린 거 같아서요...'

'따로 그런 이야긴 안 하셨는데.

그분 지금 저기 건너편 병원에 입원해 계세요.

며칠 전에 음주 차량에 치였거든요.

의식이 안 돌아와서 당분간

판매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 가해차량은 어떻게 된 건가요?'

'차량을 버리고 도망갔다 다음 날 자수했대요.

술 김에 겁났다나 뭐라나,

그런 놈 치고는 너무나 평온해 보이던데,

그분 병원비까지 모두 지불했더라고요.


일단 금액은 나중에 확인해서

연락드릴 테니 연락처 남겨주세요.'


하나를 물었는데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자연스레 알게 된 병원에 도착했을 땐

모자를 푹 눌러쓴 한 청년이 보였다.
한참을 멍하니 누워 있는

아저씨를 바라보다 병원을 떠났다.

나는 하염없이 병원에서

아저씨의 부유령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아,
기다리는 게 맞나?
싶어 아저씨가 사라졌던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앞 키오스크엔 그 아저씨가 서 있었다.
그 아저씨는 카페 안에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자리를 떴던 직원이 돌아와 일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병원에서

아저씨를 바라보던 청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아저씨가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종을 흔들었고,
하늘에선 내려온 빛이 아저씨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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