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2 센프란시스코에서 마우이로.
센프란시스코에서 마우이로.
하와이는 미국 본토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미국에 붙어있기 보다는 태평양 한 가운데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섬이다. 1898년부터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미국에 병합되고 1959년이 되어서야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되었다는 데 거리를 보면 이 곳이 괌이나 사이판처럼 미국령으로 남지 않고 본토 중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륙하고 네 시간정도 지나니 창 아래로 마우이 섬이 보였다. 작은 비행기이어서인지 도중에 비행기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비행기가 크게 요동칠 때면 기장은 여유로운 낮은 목소리로 바람이 불어 기체가 흔들리니 각자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라고 말하고 안전벨트 착용등을 켰다. 다행히 아이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주 즐거운 모양이다. 나는 나이 탓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마우이에 도착하고 차를 빌렸다. 렌트카 회사의 직원은 내가 예약해 놓은 벤보다 훨씬 더 큰 SUV를 내어 주었다. 쉐보레 토호에(CHEVROLET TOHOE), 딱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조금 과장하면 장갑차 만한 차이다. 그 직원은 자기 딴에는 선심을 쓴다라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몰아보지 못한 사이즈에다, 연비를 물어보는 것 조차 끔찍할 것 같은 생각에 다른 차를 달라고 말할까 했지만 기왕에 여행을 왔으니 안 몰아 본 차를 타보자는 생각에 그대로 몰고 나왔다.
아이(와이프)와 나는 십수년 전 내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 켈리포니아에서 2년간 지내다 돌아오는 길에 하와이에 처음 들렀고 이번 여행은 우리의 세번째 하와이 여행이다. 우리는 2년 전 마우이에 왔을 때 묵었던 콘도를 예약했다. 그 전 여행에는 이곳 저곳에 사나흘씩 묵으며 돌아다녔지만 이번에는 집처럼 묵을 수 있는 이 콘도에 짐을 풀고 일정 내내 지내기로 하였다. 조금이나마 여행객이 아닌 현지에 살아보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이다.
키헤이 아카히(Kihei Akahi)는 키헤이 해변에 자리한 오래된 아파트 단지이다. 아마 지은지는 50년도 더 되었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5분 만 걸으면 해변에 닿고 방에서도 바다가 보인다. 단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렌탈 오피스에서 체크인을 했다. 이 회사는 마우이에 멘션과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임을 받아 우리처럼 여행 온 사람들에게 호텔처럼 렌탈을 해주는 업체이다. 깔끔하고 이쁘게 꾸며 놓은 사무실이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지긋한 중년 여인들의 노련한 일처리를 보면 이 회사도 아카히 단지 만큼 오래된 회사임을 짐작하게 한다.
방에 짐을 대충 풀어 놓고 밥을 먹으러 갔다. 이럴 땐 구글맵이 우리에게 가이드가 되어준다. 차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치킨(DA KITCHEN). 별점이 좋고 리뷰가 많다. 저녁 시간이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스팸무수비, 갈비, 테리야키 치킨 등은 이미 매진이다. 우리는 후라이드 스팸 무수비(Fried Spam musubi), 칼루나 포크(Kalua pork), 테리야키 비프(Teriyaki beef) 를 주문했다. 여행지의 첫 식사는 아무래도 실패하고 싶지 않은 법이다. '첫'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나중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도 첫 식사는 어지간 해서는 모두 맛있고 반면에 그 뒤로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여행지에 도착하는 여정 중에 배를 졸였으니 왠만한 음식은 모두 맛있게 느껴지고 처음 가는 곳이라면 미리 정해 놓은 곳이 없다면 구글같은 인터넷의 조언을 받아 식당을 구했을 터인데 요즘에는 인터넷의 평점만큼 정확한 판단이 없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다면 구글에게 물으라. 자기가 잘 안다고 생각해도 그냥 구글을 따르라.
미국에 오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이 나라의 팁 문화이다. 직원이 테이블까지 가져다 주기는 하나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식사를 마치면 손님이 직접 그릇을 지정된 장소에 가져다 놓아야 하는 이 식당에서 조차 계산을 할 때 카드 계산기에 혹은 계산서에 15%, 18%, 20%팁을 옵션으로 제시한다. 공항에서는 패스트 푸드점에서 물 하나를 사도 가격 밑에 팁을 적는 란이 비워져있다. 나는 계산서에 팁을 적어 넣는 란을 보거나 카드 계산기에 뜬 팁의 옵션을 볼 때마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맥도날드 같은 페스트 푸드점에 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대우를 받는다. 그 나라에서는 손님에 대한 친절이 팁을 받거나 칭찬받을 일이 아니고 종업원으로서 손님을 대하는 당연한 태도로 여겨진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고 음식값 자체도 상대적으로 비싼 식당에서 가격표에 적혀 있는 가격에 다시 15%의 돈을 봉사료를 내는 것은 선뜻 내키는 일이 아니다. 미국에 살면 팁이라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지만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이 팁이 무척 아깝다. 왜 상품 가격에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에 혹은 당연한 것에 아니면 받지도 않은 친절에 돈을 내야 하는 가? 이렇게까지 쓰고 보니 내가 조금 인색해 보이지만 솔직한 생각이다.
이제부터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식당이라면 팁을 주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했다. 얼굴이 조금 화끈거리고 카운터 맞은 편 종업원도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겠지만 이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좋은 훈련이 될 것이야, 무엇보다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려니 하고 생각하였지만 이 시도는 결국 다음날부터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남의 시선에 약한 남자이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커다란 차를 몰고 슈퍼마켓에서 장을 한아름 보아 들어왔다. 오늘부터 나의 요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미국에 살 때 어느 전시에 참가하였다가 호텔에서 한 인도계 비지니스맨을 만나 힌두교적인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루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을 했는 데 그것이 하루 중의 식사를 계획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가 당신을 결정한다."You are what you 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