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의 생일 20190805
수빈이의 생일 파티를 했다. 여기 시간으로는 생일 전날이지만 한국과 일본 시간으로는 자기 생일이니 파티를 하자는 수빈이의 주장이다. 점심 때까지 해변에서 놀다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잤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 평소에 가던 푸드랜드 보다 조금 더 떨어진 세이프웨이에서 장을 봤다.
수빈이 생일은 매해 여름 여행과 겹쳐 해외에서 파티를 한다. 수빈이의 생일 때문에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이 수빈이의 생일 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매해의 생일이 그 당시의 여행지와 함께 기억되기를.
동생 혁이네가 수빈이와 수연이를 위해 선물과 케익 등을 준비해 주었다. 수빈이는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와 그림에 비주로 장식하는 노트를 받았다. 작은 아빠에게 얼마나 자세히 설명을 하였는 지 혁이는 지난번 몰에 갔을 때 마음에 든다고 사 달라고 졸랐던 목걸이를 사왔다. 수연이도 슬라임을 만드는 세트를 받았다. 오늘 아침에는 언니와 함께 슬라임을 만들겠지.
나는 식사 준비를 한다고 뜨겁게 달궈진 후라이팬에 냉동 닭 날개를 넣었다가 후라이팬에 커다란 불이 붙어 화재 경보기를 울렸다. 다행히 훅 하고 입김으로 불을 껐지만 수연이에게 위험한 짓을 한다고 핀잔을 들었다. 마켓서 사온 LA 갈비를 구웠고 스파게티를 만들고 오븐에 냉동 피자를 두 개나 구웠다. 혁이는 한국서 가지고 온 국물떡볶이를 커다란 냄비에 해 가지고 왔다.
아이들은 밥을 먹으며 알라딘을 보았다. 색색의 장미를 유리로 된 피쳐 병에 꽂혀 있고 Happy Birthday to You!라고 요란히 써 있는 생일 축하 풍선은 쇼파 옆 테이블에 묶여 둥실 떠 있다. 질소를 채운 풍선은 밖에 가지고 나가 잡고 있던 줄을 놓으면 하늘 높이 올라가 어디론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이다. 무지게 색 크림으로 덥혀 있는 케익에 "1"과 "0" 모양의 초를 꽂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나는 이제 10살이 된 딸에게 편지를 썼다.
(중략)
아빠와 엄마는 수빈이의 십대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단다. 모모치하마의 아름다운 풍경, 엄마 아빠 수연이와 다니는 여행이 수빈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따뜻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구나. 따뜻한 사랑과 추억은 인생에서의 가장 커다란 힘이란다. 혹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이런 추억과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면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학교를 다니며 만나는 친구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지내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구나. 수빈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다음 기회에. 생일 축하해, 나의 사랑하는 딸 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