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ina & Banyan Court 0190806
라하이나(Lahaina)의 몰에 가서 바다가 보이는 키모스 카페(Kimo's cafe)에서 동생네와 식사를 했다. 바다와 맞닿은 널찍한 테라스가 있는 멋진 식당이다.
돌아오는 길엔 반얀 코트(Banyan Court)를 들렀다. 이곳은 오래전 이 지역의 재판소가 있던 곳으로 지금은 당시의 하와이 역사 박물관과 미술품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이름처럼 재판소 앞 넓은 공원에 거대한 반얀 나무들이 여러 그루 서 있다. 이전에는 마우이의 중심지였을 이 오래된 동네는 관광을 온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게들이 있는 데 그 중에는 뱀을 목에 두르거나 앵무새를 어깨에 얹고 사진을 찍는 가게, 머리를 레게스타일로 꼬아주는 가게도 있다.
해질 무렵 바닷가 나가 구름이 끼었지만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수연이는 다시 파도 놀이를 하다 푹 젖어 들어왔다. 명쉐프(내)가 준비하는 저녁 식사는 토마토 소스 파스타, 스팸 아채 볶음밥, 오븐에 구운 치킨, LA갈비.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오븐에서 닭고기를 꺼내다 왼쪽 엄지 끝과 오른쪽 엄지 밑 손바닥을 길게 데었다. 너무 아프다. 최근에 이렇게 아픈 느낌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벌겋게 달은 인두로 지지는 듯한 느낌이다. (이 즈음에서 인정하자면 나는 엄살이 심한 편이다.) 급한데로 얼음을 상처에 데고 있으면 깜쪽같이 아픈 느낌이 사라지고 얼음을 떼면 여지 없이 다시 고통이 찾아왔다.
이것이 바로 몸이다. 우리는 평소에 나의 의지와 이성으로 살아가는 듯하지만 고통이 우리의 사고를 정지시키고 모든 행동을 고통이 멈추는 방향으로 이끈다. 누군가의 책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고? 사람은 몸으로 산다. 아파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은 몸에 따라 움직인다."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고통은 모든 삶의 방향을 결정 짓는다. 어떤 보상을 주어 우리의 행동을 유지하는 것보다 고통은 더욱 즉각적으로 우리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다. 독립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하던 지사들 중에는 적들의 회유에 넘어간 이들 보다는 고문에 굴복하거나 그 고문의 공포에 굴복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안정감과 평온함이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가. 삶의 균형이란 송곳 위에 올려 놓은 둥근 판자와도 같다. 건강과 화목, 발전과 즐거움 이 네 부분이 균형이 맞아 어느 쪽도 부족함이 없다고 느끼지만 삶은 우리가 어느 순간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그 균형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마음은 그 무서진 벽 쪽으로 쏠려 괴로워한다. 성인들은 우리의 삶 속에 아무 때나, 아무런 이유가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오는 이 괴로움에 의연하라고 가르친다. 삶은 원래 그러한 것이니 원망하지 말고, 기다리면 지나갈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지금의 괴로우나 이 괴로움을 잘 처리하면 나중에 더 큰 상을 받을 것이니 옳은 방법으로 괴로움을 이겨내라 이야기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괴로움이란 것이 당사자에게는 세상의 어떤 말씀보다 더 강력한 명령임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넘어 선 무엇을 보았기에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손가락의 작은 화상으로도 나의 평온함을 잃었다. 삶의 평화란 작은 일에도 흔들릴 수 있기에 항상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