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_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_ by 재닛 타시지안 : #책 #인생

by 유재은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남의 이야기나 읽는 대신 끝내주는 모험을 펼칠 텐데. 내가 온종일 책만 들여다봐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책 속 주인공이라면, 그 신문에 실린 소녀가 어쩌다가 죽게 됐는지 캐내면서 여름 방학을 보낼 텐데." (p.10)


데릭은 기발한 장난이 일상인 12살 소년이에요. 뜻대로 되지 않으면 지붕 위로 올라가 공으로 접시 안테나를 맞춰 엄마, 아빠의 텔레비전 시청을 방해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매직펜으로 격자무늬를 그려 넣은 아보카도 폭탄으로 집 앞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데릭은 다락방에서 10년 전 휴양지 섬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사망 기사를 보게 됩니다. 게다가 그것을 본 엄마의 심상치 않은 표정은 데릭의 호기심 버튼을 제대로 누르게 돼요.


이후 기사에 대한 비밀을 파해치는 흥미진진한 방학을 기대했던 데릭은 모르는 단어로 단어장을 만들어야 하는 독서법을 강요받고, 심지어 학습 캠프에까지 가는 불운을 겪습니다. 하지만 데릭은 결국 그 기사의 진실을 엄마에게 듣게 됩니다. 수전은 데릭이 2살 때 휴가지에서 잠시 베이비시터가 되어 준 대학생이었는데 바다에서 데릭을 구하다가 역조에 휩쓸렸던 거예요. 그것을 숨긴 건 데릭에게 죄책감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고요. 우려했던 대로 사실을 알게 된 데릭은 그 일이 계속 마음에 쓰입니다.


하지만 데릭 덕분에 밝혀진 진짜 진실은 수전의 죽음과 데릭이 아무 상관없다는 거였어요. 데릭을 구한 건 가족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반려견 보디였고요. 딸의 죽음을 미화한 수전의 엄마에게 따지려던 데릭의 엄마는 막상 그녀와 마주하자 그렇게 해서라도 딸을 품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데릭 덕분에 평생 마음에 안고 지내던 무거움을 벗게 되지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다른 것도 좀 배웠어요. 누구나 일을 망쳐 버릴 때도 있지만, 힘든 일을 해내려고 노력한다는 것. 책 읽기가 힘들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은 읽기 싫었지만, 어쨌거나 저도 수많은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더라고요. 장한 일을 한 개 이야기. 씩씩한 원숭이가 더 씩씩한 소년을 돕는 법을 배운 이야기. 물에 빠져 죽은 소녀와 남겨진 그 소녀의 친구 이야기. (…) 심지어 딸이 어쩌다 죽게 됐는지 이야기해 준 아줌마도 만났어요. 그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었지만, 그 아줌마가 아픔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이야기였어요." (p.221)


3권의 방학숙제 중 한 권만 읽게 된 데릭이지만 캠프 선생님 덕분에 독서하며 상상하는 법도 알게 되고 , 기사의 진실을 향한 여정에서는 수십 권의 책 읽은 것 못지않은 걸 깨달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유쾌한 스토리 전개와 그림 단어장을 연상하게 해주는 삽화가 매력적인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은 방학 때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동화로 추천하고 싶네요.


'이야기'는 힘겨운 일상에서 만난 선물 같은 무지개처럼 삶을 도닥여 줍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데릭의 말처럼 꼭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짓고 있으니까요.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지금 나는 '꿈을 향한 오뚝이' 라는 제목의 챕터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있습니다. 공모전에서는 연이어 떨어지고, 투고에 대한 반려 메일을 수없이 많이 받다 보니 이제는 메일을 열 때 떨리지도 않게 되었네요. 그래도 출간 제의가 한 발짝씩 이어지다가 도로 물러질 때는 며칠을 무너져 내리곤 합니다. 괜. 찮. 다. 고... 꿈을 향한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이는 울고 있는 거지요. 그렇게 또 며칠을 보내고 나면 아린 마음을 추스른 채 또다시 글을 쓰고 메일을 보냅니다.






# 아이에게 평생 책과 가까이하게 하는 법

1. 스스로 고르게 하자.
2. 책값을 넉넉하게 주자.
3.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게 하자.
4. 끝까지 다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자.
5. 의심하면서 읽게 하자.
6.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만두고 그 일을 하게 하자.

책을 읽기 위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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