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용이 아닌 생각을 쓰라고?

_ 키워드 [독후감]

by 유재은


[독후감] 하면 머리부터 지끈 거린다고요? 책 읽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읽고 써야 한다면 더 하기 싫다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분량에 맞춰 겨우겨우 줄거리만을 나열해서 쓰곤 하지요. 독후감은 말 그대로 독서 후 '느낌'을 적은 글입니다. 줄거리는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책 내용이 아닌 생각을 중심으로 써 보라고 하면, 어린이들은 그것으로 어떻게 분량을 채우냐며 어렵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독후감 역시 정답은 없어요. 다만 책의 일부 내용만을 맥락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팔만 아플 뿐이에요. 그렇게 쓴 독후감을 보면 전체를 아우를 수 있게 줄거리를 요약했다기보다는, 앞부분의 내용을 따라 쓰다 정작 써야 할 부분은 생략한 채 한 두 문장의 생각으로 급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이에요.


송이는 학원 가는 길에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갈색과 크림색이 섞인 부드러운 털을 지니고 있었는데 두 눈이 서로 다른 빛깔로 반짝였다. 고양이는 마치 송이에게 따라오라는 듯 한참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재빠르게 달아났다. 나도 신비로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

- 고양이는 이야기의 시작을 이끄는 매개체로 등장했을 뿐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그 뒤에 나옵니다.
- 뒷이야기를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읽은 것을 모두 써야 한다는 부담에 앞부분의 한 장면만을 쓴 후 주제와는 상관없는 감상으로 글을 마무리한 예입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 낸 예시글)


개인적으로는 책의 주제를 파악하여 그것에 맞춰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이 그만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느낌을 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독서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자신이 찾은 것 두 가지를 비교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것을 통해 시선을 확장시킬 수 있고, 그런 과정을 꾸준히 하다 보면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며 읽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요.


문학 책을 읽을 때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일기를 읽는 것처럼 바라보면 좀 더 몰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담기는 [키워드]를 하나 선택해 보세요. 줄거리만을 애써 써내려고 하지 말고 자신만의 키워드로 생각을 풀어가는 것이에요. 그게 바로 [키워드 독후감]입니다. 선택한 '키워드'를 주제로 하여 '주장하는 글'을 써도 되고, '생활문'을 써도 좋지요.


책의 주제 키워드를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으로 엮어낸 독후감을 소개합니다. 인천 북구 도서관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글이네요.


[사회가 만든 외로움]
-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을 읽고

'이게 정말이야?'
'거짓말 같은데…….'
내 머리 속에서 말다툼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국민의 10%가 장애인이라면 10명중 1명꼴로 장애인이라는 건데 왜 난 자주 보지 못했을까? 그 때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지셨고 나는 그 까닭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자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드문 일이라 생각해서 계속 쳐다보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강연을 듣고 나서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종식이는 친척할머니 손에서 자랐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시 부모님에게 가게 된다. 그런데 태어나서 장애가 있는 형을 처음 본 종식이의 동생, 종민이는 혼란스러워 한다. 이런 종민이가 종식이의 장애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은 모든 장애인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 책에서도 종식이가 집으로 오고 며칠 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찾아와 종식이가 장애가 있으니 다른 집에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한다. 또한 종식이는 채팅을 하던 여학생으로부터 거절당해 상처를 받는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때문에 종식이의 십자가는 더욱 무거워졌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지체 장애를 가진 사람이 식당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보았다. 그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사실 그 사람은 배우였지만 장애 연기를 할 때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와 같이 평생 장애라는 걸림돌에 놓여 있는 장애인들은 많이 힘들 것 같다. 몸이 불편해서 일상생활도 어려운데 사람들의 시선까지 따가우니 얼마나 힘들까. 장애는 사회가 만든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나부터라도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고 싶다.

✐ 다음 화부터는 '키워드 [독후감]' 쓰기의 방법과 실전이 연재됩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나의 제자 '태우'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