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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가다 Oct 02. 2016

길고 하얀 구름의 나라 : 피오르랜드 국립공원

친구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과 추억

오클랜드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고 일자리를 얻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 돈이 없는 것보다 피곤함과 외로움의 생활이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난 여기서 살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 나에게 커다란 선물 하나가 한국에서 도착할 것이다. 친구 녀석이 휴가를 여기 뉴질랜드로 오기로 하였고 우리는 오클랜드와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오늘 오클랜드 공항으로 그 친구가 도착하는 날이다.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그 친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우리는 반가움과 행복함이 가득 찬 얼굴로 공항을 빠져나와 오클랜드 시티로 향하였다. 흐린 하늘과 주적주적 내리는 비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지금 여기는 럭비 월드컵으로 축제 분위기이며 럭비를 즐기는 국가들에게는 최고의 파티이며 열광의 현장이다. 우리는 럭비 월드컵도 흥미가 있었지만 그동안 만나지 못한 세월의 이야기로 수다를 떨며 이 밤을 보내었다. 다음날 난 오클랜드 근교의 경치 좋고 탁트힌 전망이 보이는 곳으로 안내를 하고 싶었지만 친구는 별로 탐탁지 아니하였다. 그는 오직 색다른 체험을 원하였다. 그것은 이름하여 스카이 다이빙 솔직히 난 죽어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친구의 간절한 부탁 그리고 우리 생애 몇 번이나 하겠냐고 설득하길래 어쩔 수 없이 관광안내소를 들러 예약을 하였다. 내일이 기대되었지만 무서웠다 오늘은 그저 푹 쉬고 싶은 기분이다. 운명의 날이 밝았고 아침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나왔다. 약속된 장소에 있으니 가이드가 우리를 태우러 나왔고 오클랜드 근교 북쪽으로 이동을 하여 스카이 다이빙 장소로 도착하였다. 너무 긴장되었지만 이왕 이리된 거 즐겨보자는 생각이었다. 점프슈트를 입고 간단한 안전수칙에 관한 설명을 듣고 경비행기로 탑승하였고 출발하게 되었다. 경비행기가 기류 변화로 살짝만 떨려도 가슴이 철렁하였고 정말이지 긴장감 110%였다. 이제 비행기가 정상궤도에 오르고 비행기 문이 열렸다. 강한 바람이 들이닥치며 먼저 점프한 친구가 번개같이 슝하고 사라졌다. Oh My God이었다. 나의 점프 타임이 되었다. 같이 점프하는 가이드의 외침 Three, Two, One 점프 낙하할 때 느끼는 공포감은 제로다. 그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모든 세상의 근심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땅에 도달하였을 때 난 짜릿한 기분을 느꼈고 최고의 멋진 경험이었다. 이제 한껏 고무된 이 마음을 가지고 내일 뉴질랜드 남섬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여행 일정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었는데 친구의 한국으로의 복귀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3박 4일간의 짧은 시간을 패키지여행으로 예약하였다. 패키지라는 것이 영 탐탁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번 여행은 정말 소중히 기억될 만큼 뜻깊은 슬로우 여행이 되었기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전날 이야기하고 노느라 제대로 된 잠을 청할 수가 없었고 우리는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오늘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비행시간이 2시간이라 잠시 눈을 감았는데 어디쯤 왔을까?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보이는 하얀 설원의 세상. 이제 남섬의 피오르드가 시작되는 것인가? 공항에서 만난 가이드 우리를 친절히 미니버스로 안내하였다. 15명 정도로 이루어진 관광객들과 함께 3박 4일을 함께 할 것이다. 이제 여기에서 3시간쯤 달려가면 Tekapo 호수란 곳으로 도착한다고 한다. 


이동 중에 창밖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과 뉴질랜드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이곳은 북섬과 남섬의 자연환경이 정말 다르다는 것도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차에서의 시간이 지겨워질 무렵 우리는 테카포 호수에 도착하였다. 옥석 빛깔의 호수와 파란 하늘. 겨울 호수가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여기 있는 선한 목자와 착한 양치기 교회와 바운더리 개동상 이것저것 관람할 것이 많았지만 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이미 심취해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와 하늘을 왜 자꾸 카메라에 담으려는 걸까? 눈과 마음으로 느끼고 즐기는 시간도 필요한데 왜 난 이 디지털카메라에 자꾸 의지하는 걸까? 아날로그 감성대로 느껴보자! 느림의 미학과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여왕의 도시 퀸즈타운으로 이동 중에 만나는 자연경관이 황홀하지만 너무 똑같은 판박이를 찍어 놓은 듯한 느낌 또한 들기도 한다. 과수재배단지 크롬웰이란 곳을 경유하여 지나다 유명하다는 과일가게를 들리게 되었고 포도와 오렌지를 구입하였는데 이 신선한 과일이 내 몸과 마음의 에너자이저가 되어 재충전되는 기운을 느낀다.

해 질 무렵이 되어 퀸즈타운에 도착하였다. 아담하고 조용한 이 관광도시의 밤거리를 나 혼자 산책하였다. 친구는 피곤하다며 산책을 거부하였는데 너무 아쉬웠다. 차라리 여자 친구와 함께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난 맥주 2병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게 되었다. 

 

둘째 날이 되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한껏 여유로운 마음으로 호텔 테레스에서 쉬고 있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여행지이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날이다. 기대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여정이 될 것이다. 퀸즈타운에서 이동은 멀었고 난 피곤함에 잠이 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동 중간에 잠깐씩 쉬어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바라본 마을들이 너무 평화롭고 조용하며 정적으로 보인다. 반지의 제왕에 나온 호빗마을보다 더 이쁜 것 같다. 우리는 중간에 잠시 Te Anau란 곳에 들리게 되었고 여기에서 오늘 숙박을 하게 되기에 짐을 풀어놓고 다시 밀포드 사운드로 출발을 하게 되었다. 한 시간쯤 갔을 때 이를링톤이란 대평원을 만나게 되었고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 이런저런 사진도 찍고 경치도 감상하였는데 넓은 평원과 커다란 산 "와"하며 감탄사만 늘어놓게 만드는 곳인데 굳이 말하자면 영화 속의 한 장면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동 중에 만난 또 하나의 장소는 미러 호수다. 저 멀리 보이는 설원의 산이 호수에 반사되어 비치는데 너무 맑고 뚜렷하게 보였다. 어느 것이 호수이고 산인지 분간을 못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빙하 협곡에서 주변 경치를 관람을 할 수가 있다. 산맥의 수직 절벽과 폭포가 일품인 거 같다. 폭포에서 흐르는 빙하 물을 마실 수도 있는데 빈병이나 텀블러를 꼭 가져가야 한다. 가이드가 이야기를 하지만 이곳에 가기 전에 절대 빈 물병을 가져가야지 버려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일급수의 물을 마실 특권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변덕스러운 밀포드 사운드의 날씨 하지만 우리가 갔던 그날은 따뜻한 날씨와 상쾌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 하였다. 크루즈 승선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과 각각 다른 다양한 종류의 크루즈 코스가 있었고 우리는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를 예약하였다. 배를 타고서 바다로 나아가는 순간 보게 되는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을 여기서도 볼 수 있으며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폭포의 물은 너무 세차게 흘러서 들이붓는 듯한 모습이다. 바다에 솟아있는 높은 봉우리의 산들 정말로 이게 바다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크루즈가 폭포가 떨어지는 가까이 접근하고 사람들은 폭포수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옷이 젖으면 어떠할까? 일생에서 한 번밖에 못 누릴 경험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바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물개들을 보면 이상하리 만치 신기하며 귀엽다.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현실을 벗어난 기분이다.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관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숲이 울창한 밀림 같은 트래킹 코스를 가게 되었다. 대략 15분 코스인데 호주나 뉴질랜드는 산이 거의 없는 국가이다. 그래서 산을 오른다는 개념보다는 부쉬 워킹이란 말을 쓰는데 산림욕을 한다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인 거 같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다시 테 아나우로 돌아와 숙소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너무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며 변화의 속도를 느낄 수 없는 그런 곳이다. 이 곳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 또한 자연을 보고서 느끼고 들으며 배우는 것이다. 아무런 욕심과 미련 없이 1년만 여기서 보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변할까? 아주 어려우면서 쉬운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우리는 테 아나우의 밤을 맞이하게 되었다. 


셋째 날, 오늘 우리가 할 것은 옵션투어와 퀸즈타운 스카이라인 전망대 관람이었다. 개인적으로 몸을 움직여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의외의 재미를 만끽하고 싶어서 친구와 함께 제트보트를 체험하기로 하였다. 남섬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옥석 빛깔의 호수와 아름다운 경관 하지만 이 날 우리가 함께한 보트체험은 개인적으로 NG였다. 보트가 달릴 때 너무 바람이 세차서 추웠고 그저 빠른 스피드와 정적인 자연경관을 두 개다 즐기기엔 무언가 이치에 맞지가 않았다. 정말로 빠르게 질주하는 것 외엔 아무런 흥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퀸즈타운의 스카이라인 전망대를 오르기 위해 곤돌라를 타고서 점점 산 정상으로 오르는 순간 세상 모든 미사여구의 수식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저 이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화창한 날씨와 탁 트인 전망 내 눈 앞에 가장 커다란 크기의 살아있는 그림을 관람 중이었고 그저 이 순간을 즐길 뿐이다. 


여기 뉴질랜드에 세계 최초로 생긴 번지 점프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Aj Hackett Bungy Bridge 란 곳으로 향하였다. 호수 위 다리의 높이는 아마 아파트 20층 정도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친구는 젊을 때 이런 것도 해야지 나이 들고 하기 힘들다며 점프를 하였다. 결론적으로 스카이 다이빙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였다. 맨몸으로 낙하를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에 공감이 되었다. 극도의 스릴감을 찾는 사람이라면 추천할만한 레저 스포츠다. 그리고 또 하나의 팁은 여기서 남녀를 불문하고 맨몸으로 낙하를 시도한다면 공짜라고 한다. 용기가 있다면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이곳의 마지막 여정지 맥켄지 컨트리를 거쳐 마운트 쿡을  보러 가는 길이다. 시간에 쫓겨 마운트 쿡을 등산해 보지는 못하지만 다음엔 반드시 저 산을 오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분 코스의 트레킹 코스를 올라 마운트 쿡을 관람하게 되었다. 그 옛날 에베레스트 산을 처음 오르게 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이곳에서 산악 훈련을 하였고 마침내 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등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능선을 따라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의 여행도 조용히 끝나고 있었다. 오클랜드로 돌아오는 날,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가이드 아저씨와 작별하고 짧은 시간 함께한 여행객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여행은 잠시이지만 그 기억은 영원한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제 나와 친구는 우리가 있어야 하는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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