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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을가다 May 24. 2016

비 오는 프라하의 어느 날

빨간 지붕, 비 오는 거리

프라하로 이어지는 크라쿠프(폴란드)에서의 기차 여정은 그리 길지 않았다. 프라하로 가는 기차 내에서 머리에 맴돌던 기억. 드라마로 유명해진 낭만의 그곳 그리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도시, 맥주가 유명한 곳이라는 것 밖에 아는 것이 없었지만 오늘 그곳에 가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것은 기차에서 내 앞에 앉아 있던 동양인 여성의 감성에 젖어 있는 얼굴과 표정 하나하나가 나에게도 왠지 모를 행복하고 평온한 마음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프라하에 도착하였고 화창한 날씨와 햇살이 나를 반기는 것 같았는데 숙소에 짐을 풀고서 프라하 시내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그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오기 시작하였지만 나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처음 발길이 닿은 곳 카를교 한국인들에게는 드라마로 훨씬 더 익숙해진 곳이다. 내가 갔던 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날씨가 맑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을 하였지만 오히려 비가 오고 흐린 하늘이어서 그런지 다리 위의 동상 하나하나의 질감과 그들(동상)의 표정을 뚜렷이 볼 수 있었고 빨간 지붕들이 훨씬 더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고 하나의 명화를 내 눈 앞에서 살아있는 표정 그대로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역시 한국인은 어디에서나 구별이 되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등산복 패션의 관광객이 많아서 여행복 차림으로 관광을 오셨으면 좋겠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사실 그 당시에도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고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국인이었고 딱 보면 너무 뚜렷하게 알 수 있었기에 너무 한국인들은 개성 없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거닐 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저 카를교를 지나 기대하던 프라하 성을 보러 가야겠단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난 길도 모르고 어떤 역사가 있는지 모르는 저 프라하 성으로 향하였다. 길을 잘 몰라서 난 언덕을 지나고 도로를 한 참 돌아서 성비 투 성당의 기품 있는 아름다움과 운치 있는 성 이르지 교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교회에서 언덕을 내려오다 만난 저 연인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황홀하고 낭만이 가득찬 도시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치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부러움과 낭만에 사로 잡히게 되었다.  

 잠시 혼자만의 로맨스에 심취해 여기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웠지만 그것도 잠시 난 천문 시계탑의 한 시간 단위로 사람을 모여들게 만드는 그곳인 시계탑으로 향하였고 수많은 군중 사이로 들어섰다 매시 정각에 "땡땡" 하는 시계 소리가 들리면서 12 사도 인형들이 하나씩 나오는 그것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히려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시계탑 꼭대기로 올라가서 전망을 볼 수 있는 것이었고 난 탑 정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지극히 개인적인 엽서를 담아서 올 수 있었다.

체코의 역사적인 광장이자 전통과 현대적인 것들의 조화를 볼 수 있고 프라하 여행의 출발지가 되는 신시가의 바츨라프 광장을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었다. 혁명과 공산화가 이루어진 곳 나에게는 너무나 새롭고 만감이 교차하였다.   

체코 프라하의 봄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사연과 역사가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에게 기억되는 프라하는 강렬한 명암의 동상과 건축물 그리고 빨갛게 덮여있는 무수히 많은 지붕. 보슬보슬 내리던 빗방울 그 순간의 프라하는 가을이었고 비와 붉은 지붕과 외로운 낯선 여행자 나에 대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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