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 어느 날#배낭#카메라#폴란드#바르샤바
인생에서 첫 경험이라는 기억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일 것입니다.
2007년 가을 평소 아끼던 필름 카메라와 배낭 하나를 메고서 동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그 첫 여행지가 폴란드 바르샤바입니다. 쇼팽, 퀴리부인, 크쥐쉬토프 키에슬롭스키라는 영화감독을 제외하고서는 폴란드에 대하여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한 인생의 첫 발걸음이자 발자취입니다.
바르샤바의 구시가는 많은 관광객과 전통식당들이 즐비한 곳이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고 2차 세계대전 때 모두 파괴되었지만 이후 바르샤바 시민들의 노력으로 완벽하게 복원되었고 지금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그곳으로 향하였습니다. 정감 있고 포근한 고향 같다는 생각 그리고 사람들 또 한 친절하고 날씨도 너무 좋았고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나를 찾아 떠나온 여행은 내가 무엇을 해야 되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관한 질문과 대답을 계속 저의 내면 속으로 던지면서 이어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시가로 이동하였고 거기서 마주하게 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르샤바의 랜드마크인 문화 과학 궁전이었습니다. 과거 러시아가 폴란드를 점령하였을 때 스탈린이 바르샤바의 시민들에게 지어준 사회주의 대표적 건물이라고 합니다. 이 건물이 정말 폴란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본주의 물결이 곳곳에 들어와 있으며 문화 과학 궁전 바로 앞에 훨씬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화하는 바르샤바에서의 추억을 쌓으며 이동한 다음 행선지는 폴란드의 옛 국가 수도로 1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유럽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 크라쿠프입니다.
폴란드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였고 체코와 가까운 이 곳은 중세 시대 폴란드 왕들이 임관하였던 바벨 성당을 비롯한 중앙광장, 오슈비엥칭(아우슈비츠), 소금광산이 있는 곳입니다.
밤이 훨씬 더 아름다운 성모 마리아 성당과 달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낭만과 예술이 있는 곳입니다. 마차를 타고 성 주위를 돌아다닐 수도 있고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을 볼 수 있는 크라쿠프의 밤은 낮보다 뜨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 제가 다녀온 그곳은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지만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아픔을 간직한 유태인 학살 현장인 오슈비엥칭(아우슈비츠)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비극 그리고 슬픔은 아직도 그대로 고스란히 역사란 이름 아래 그 흔적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수용소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적혀 있는 저 독일어는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온 저 문구는 평생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고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과연 우리는 일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나 그 본질적인 물음과 깨달음을 아직도 저는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저 쇠창살 하나 사이로 목숨이 오고 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 사이로 이어진 우리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인생 또 한 저 창살 한 줄처럼 선택과 기로에 선 삶이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의 폴란드 여정은 여기에서 마무리 하지만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몸소 느끼고 여행하였던 순간으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