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면 왜 매번 잠이 드는가.

by 햔햔




어디서 좋다고 해서 명상을 시작했다. 책에서도 그렇고 저명인사들도 그렇고 그 효과에 대해 극찬을 하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확인에 나섰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들....


깜빡.


이런. 또 잠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스르륵 잠이 들어 버린다.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명상이 원래 이런 것인지. 퍼뜩 정신을 차리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떠올리던 고민이 순식간에 잊히는 걸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이게 뭔가 싶다. 한 달 정도 됐는데도 지나치게 평온해서인지 무념무상의 세계로 그냥 직행해 버린다. 이거.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 명상 한 번 해볼까?


지난 3월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주식 비중 100%의 계좌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주가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으며 자유 낙하했다. 나름 탄탄하다고 믿었던 나의 포트폴리오도 모든 걸 녹여 버리는 용암 같은 이슈에 별 수 없이 흐물거렸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지만 며칠새 원금의 30%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면서 정신을 놓기 시작했다. 돈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만족하자며 스스로 토닥이며 살았지만, 얼마 되지도 않던 돈마저 줄어드는 걸 보니 조금 심하게 걱정이 되었다. 설상가상. 때마침, 회사 업무까지 극에 달하면서 나의 심신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렸다. 그렇게 주식과 나는 전력을 다해 아래로 내리 꽂혔다. 주가는 파란 폭포수를 그렸고 내 눈 밑엔 검은 웅덩이가 생겨났다.


다 접어 버릴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모든 걸 외면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두렵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주식은 왜 했을까? 일은 왜 제때 처리하지 못했을까? 난 너무 안일한 것 같아. 왜 그랬을까. 왜 그러진 못했을까. 한 동안 이런 생각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간신히 빗장을 채우려는 마음의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거기 있냐며. 다시 얘기해보자며.


그러다 우연찮게 집어 든 책에서 명상에 관해 읽게 된 것이다. 구원의 빛줄기. 당장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앱을 깔고 명상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따사로운 빛에 의해 아침마다 깜빡깜빡 잠들기 시작했다.


| 뜬금없는 자문자답


처음에는 어처구니없는 졸음을 이른 아침이고 처음인 이유로 단정했다. 뭐든지 처음은 어렵지 않던가. 그래서 끈기를 가지고 여러 방법으로 명상을 시도했다. 앱을 이용하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병행하기도 하면서.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 집중이 된다 싶으면 깜빡.


그러다 보니 생각은 이전의 걱정에서 벗어나 왜 자꾸 조는지로 향했고, 그 와중에도 깜빡거리다 불현듯 하나의 질문에 도달했다.


나 지금 걱정하는 거 맞아?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주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 것인지, 회사에 남은 일은 어찌 처리할 것인지. 걱정임이 분명한데 걱정으로 느끼지 않는 느낌이었다. 걱정하는 사람이 뭐가 이리 태평함?


무릇 걱정이라 함은 밤새 잠 못 들고 밥 맛이 없고 웃음이 싹 사라지는 그런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어떤가. 잘 자고 잘 먹고 헛웃음을 흘리고 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이건 내가 걱정하던 수준의 걱정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첫째를 가졌을 때, 의사에게서 다운 증후군 가능성에 대해 전해 들었던 때를 떠올려봤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고, 선잠도 들지 못했으며 밥 생각도 나지 않았다. 100일도 안된 갓난아이가 고열에 응급실을 찾았을 땐 또 어땠나.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그대로 달려 나가 아이 옆에서 꼬박 밤을 지새우며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조금 허무했다. 헛 웃음이 났다. 그리곤 곧, 지금 하는 걱정을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달았다. 조금 더 잘 어울렸다. 생각해보면 지금 떠올리는 것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곱씹으며 후회하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무얼 해야 할지에 대한 상상에 불과했다. 머릿속으로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계획을 짰던 거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 풀기 싫은 수학 문제 앞에 앉아 있을 때처럼 졸렸던 거다. 조는 게 당연하다.


걱정이 계획이 되는 순간. 걱정이 조금 희미해졌다. 지금 하는 고민들은 더 잘 살아보고자 아등바등해보는 것이지 잠들지 못하거나 밥 맛이 없어지는 것들이 아닌 거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록 이 계획이 계획대로 잘 세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지만.


아마도 꽤 오랫동안 잠드는 명상이 나와 함께 할듯하다. 내 머릿속 생각을 깜빡 거리며 지워가다 보면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어서 그때가 와 진정한 이너피스를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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