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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햔햔 Feb 22. 2024

비밀스런 아내의 몸무게를 알아 낼 수 있는 말

굳이 알아야겠다면 이렇게...

아내의 몸무게가 궁금해졌다. 처녀 시절엔 자신이 너무 가볍다며 아무렇지 않게 몸무게를 말하곤 했는데, 출산을 반복하며 살이 붙은 이후부터 일급비밀이 되어 버렸다. 여러 의미에서 결혼하더니 변했다.


모든 걸 함께 하자던 그녀는 체중계에 오를 때만큼은 오롯이 혼자이길 바랐다. 누군가의 발소리라도 들려오면 급하게 체중계에서 내려와 액정부분을 발로 막고 선다. 제법 날래다. 


함께 간 병원에서 본 아내의 초능력


그냥 알려 주었으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을... 자꾸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알고 싶어진다. 그래서 '비밀이 있으면 서로 간에 마음의 벽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애써 만들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 몸무게가 얼마야?"


급조한 걱정을 앞세운 용기 있는 질문이었다. 공포영화에서 왜 굳이 위험해 보이는 일을 자행하곤 목숨을 잃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이해한다. 사람은 궁금증을 억누를 수 없다.


"뭐?"


날카로운 비수가 된 그녀의 눈매가 나를 겨눈다. 피카추도 아니면서 어디서 전기를 방출하는지 살갗을 저릿하게 만든다. 몸이 떨려온다. 그래도 물어야 한다. 궁금하다. 저러니 더 궁금하다. 이미 넘은 선. 한 발 더 내딛는다.


"그러니까.. 그.. 한... 45키로 정도 되지 않나?"


아니다. 분명 아닌 걸 안다. 말도 안 되는 수치다. 45kg이라니. 그럴 리 없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말이 헛나왔다. 비겁한 거짓말이라고 해도 별 수 없다. 우선은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이게 뜻하지 않은 효과를 냈다. 


"뭐? 하! 참... 아니거든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호라~ 비수가 되었던 그녀의 눈이 다시 동그래졌다. 뭔가 가당찮은 추측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떤 전략이 머릿속에 만들어졌다.


"처녀 때랑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럼 48kg?"


멘트가 좋다. 아내는 슬쩍 미소 진 얼굴로 "아니거든요~" 하고 답한다. 말과는 다르게 내심 고마워하는 모습이다. 됐다. 저런 반응이면 40kg 대는 아닌 게 분명하다. 좋다. 하한선은 정해졌다. 이제 상한선을 정할 차례다.


"날씬한 걸로 봐선 60kg은 '절대' 아닐 것 같고..."


진심으로 터무니없다는 얼굴을 한 아내가 나를 쏘아본다. 눈빛이 제법 강렬한 것이 너무 높게 부른 것 같다.


"당연한 거 아냐?"


다행히 말하는 아내의 입가에 아직 웃음기가 서려있다. 지나치게 높은 수치임이 분명하다. 아내의 여유 있는 태도를 감안하건데 56kg이 넘지는 않는 것 같다. 키 1cm를 늘려 말하는데도 눈동자가 떨리는 아내를 생각하면 아내의 몸무게는 51kg에서 56kg 사이다.


이정도도 성공이지만 조금 더 나아가 보기로 한다. 절대로 범위를 더 줄이려고 성급히 중간 값을 불러선 안 된다. 이성적 접근이라 보이면 비밀은 영원히 묻힌다. 최대한 기분이 좋을 수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알겠다. 처녀 때보다 조금 쪄서 51kg 정도?"


마지막 수를 던졌다. 예상하는 범위에서 가장 낮은 수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반응을 살필 수 있는 멘트.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이제 아내의 반응에 따라 아내의 몸무게는 결정(?)된다. 


아내의 몸무게를 결정하는 방법


1kg에도 민감한 것이 여자의 몸무게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 부분을 감안해서 아내의 몸무게를 유추했다. 이미 많은 것을 공개했지만 이 이상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글을 아낀다. 대신에 예상 반응에 따라 결정될 몸무게 계산법을 공유한다.


"그 정돈 아니야." (하이톤)


뜻대로 되지 않는 못마땅한 현실에 대한 불편한 심기기 베인 멘트다. 이럴 땐 2~3kg 정도를 더하면 될 것이다.


"그 정돈 아니야." (로우톤)


좋게 봐 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 묻은 말투다. 4~5kg을 더하면 된다.


"아.. 아니거든!" 혹은 "....." (헤매는 시선)


아내 스스로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생각하는 수치를 정확히 맞췄을 때의 예상 반응이다. 절대 맞췄다고 좋아해선 아니 된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되 시큰둥한 표정으로 관심 없다는 듯 저녁 반찬을 물어봐야 한다.


"뭐?" (찌릿) 


딱히 예상할 수 없는 반응이지만, 어이없어 하는 표정에 매서운 눈이라면 대략 2~3kg을 빼면 될 것이다. 


"아, 몰라!" (다소 노기가 서린)


이 반응은 예측이 틀렸음을 의미한다. 아내의 몸무게는 예측한 범위 밖에 위치할 확률이 높다. 잘못 건드린 거다. 여기서 더 나가면 힘들어지니 멈춰야 한다.


그 외에도 발길질이나 주먹질 혹은 저녁 반찬의 지나친 간소화가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데 예상치 못하게 정확히 맞췄을 때다. 보통 상한선을 확인하려다 실패한 경우로, 이땐 무조건 비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나는 알지..


이왕이면 듣기 좋은 말


말 중에 실로 대단한 말이 있다. 몇 마디 말로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일명 립 서비스다. 종종 나쁜 의미로 사용되지만 나는 애써 나쁘게 보지 않는다. 말로써 상대의 적의감을 누그러뜨리고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사람과 엮여 살아가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못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상대를 이용하려는 마음으로 악용하거나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대인관계에 있어 어느 정도의 립 서비스는 센스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공인된 빈말은 단도직입적이고 직선적인 말보다 정감 있다. 특히 함부로 대하기 쉬운 가까운 관계에 있어서 립 서비스는 무례를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립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비굴함과 다르다. 일종의 선의의 거짓말이다. 상대를 배려한 조심이다. 뜻하지 않게 실수를 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책이다.


부득이하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지극히 민감한 여자의 몸무게라는 주제에서도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 립 서비스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상대를 기분 좋게 할 목적으로 쓰는 완곡 표현."으로 사용한다면, 맞물려 살아가는 사람 간에 조심과 배려라는 윤활유가 뿌려질 거라 믿는다.


***** 이 과정을 따라해 볼 스릴을 즐길 줄 아는 남자들에게 하는 당부 *****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비밀로 인한 부부 사이 혹은 연인 사이의 벽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상대의 이성을 무너뜨려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궁금증이 삶을 위태롭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웬만하면 궁금해 하지 마시고, 대략의 몸무게를 안 것에 만족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길 권합니다.


저는 분명 경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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