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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해문방구 Oct 21. 2020

열 번째 수업. 생각 비우기

비움/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세 가지 질문/레프 톨스토이 원작, 존 무스

 그림책 생각 수업이 어느덧 마지막 종착지에 도달하게 되었어. 여정의 끝은 어디에서 보내게 될까 궁금하지 않니? 그동안 생각 나침반, 생각을 생각하기, 질문하며 생각하기, 느끼면서 생각하기, 침묵하며 생각하기, 낱말로 생각하기, 공감하며 생각하기, 반대로 생각하기, 이미지로 생각하기라는 생각의 방법들을 익혀보았어. 첫 시간에 나누어준 ‘생각 연필’을 기억나니? 이 연필은 이제 길이가 얼마만 해졌을까? 많이 닳고 짧아졌니? 아껴서 쓰느라 몇 번 꺼내지 못한 건 아니니? 그리고 9회간의 여정 동안 생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저마다의 답을 찾았니? 단어 보물상자에 아름다운 단어들을 많이 채집했니? 그동안 생각의 공기놀이를 마음껏 펼치며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생각 바꾸기를 해보았니? 어떤 생각 방법이 지금의 여러분에게 가장 의미 있게 와 닿았니? 어떤 생각 방법을 앞으로 더 사용해보고 싶니? 마지막 수업인데도 언제나처럼 더 물어볼 질문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마지막 시간이네. 나의 작은 선을 이제 잘라야 할 시간이야. 그러니 이제 매듭을 지어야겠지. 생각의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 해 질 녘이 다 되었으니까 말이야.

 마지막 수업은 ‘생각 비우기’를 배우며 매듭을 지으려고 해. 이제 생각들과 작별할 시간이야. 생각들과의 작 별답게 그동안 생각하는 방법들을 배웠다면 마지막 시간에는 생각하지 않는 방법,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배워볼까 해.

 첫 시간에 우리와 함께했던 <생각>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기억나니? 시작과 끝을 같은 작가의 책으로 해볼까 해. 바로 그림책 <비움>이야. 이 책은 곽영권 글, 이보나 흐미에레프 스카 그림의 책으로 텅 빈 탁자가 그림책의 무대로 등장한단다. 그림책의 텅 빈 탁자처럼 우리도 이제 생각 수업을 정리하고 비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비움> 책장을 넘기면 이 책의 첫 문장이자 첫 번째 질문을 만날 수 있어.  




텅 비었다는 말, 어떤 기분이 드나요?

 자, 이제 그림책의 책장을 넘길 때 ‘천천히’ 넘기며 책장과 책장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상과 자신의 생각을 하는 것도 이제 알았지. 질문에 자기만의 답을 해봐. 텅 비었다는 말, 어떤 기분이 드니? 외롭고 허전하고 슬픈 기분이 드니? 아니면 홀가분하거나 평화로운 기분이니? 다음 장을 읽은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천천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보자.


비어 있다는 건 그냥 슬픈 건가요?


이번엔 책상 위에 펼쳐지는 이미지를 느끼며 생각해봐.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을 다시 이렇게 물어보려고 해.

생각이 텅 비어있다는 말, 어떤 기분이 드나요?
생각을 비우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때 잠시 ‘낱말로 생각하기’ 방법을 사용해보자. 여기서 비우려는 ‘생각’이란 무엇일까. 어떤 생각을 비울 때의 기분을 말하는 걸까? ‘생각 비우기’에서 비우는 생각은 과거의 추억이나 기억, 지식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생각, 비관적인 가정에서 오는 걱정과 근심일 수도 있고 낙관적인 가정에서 오는 희망찬 계획과 설레는 상상일 수도 있어. 자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생각하기’로 돌아가 보자. 이런 생각들을 비우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만약 비관적인 생각,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 아픈 기억이라면 당연히 비우고 싶고, 비우면 평화로워질 것 같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가벼움과 상쾌함이 있을 것만 같을 거야.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비우고 싶지 않은 생각들이 있다는 거야. 너희들에게는 비우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니? 비우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비우려고 하겠지만, 어떻게 비울 수 있는지를 묻기 전에 일단 생각을 비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보는 게 먼저겠다. 비우고 싶은 생각을 비우려는 것은 당연할 테니까 말이야. 괴로운 생각이나 거짓된 생각은 당연히 비우고 싶을 거고, 당연히 ‘어떻게 생각을 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생각하기로 바로 넘어갈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비우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가 없을 거야. 그런 친구들은 이렇게 질문하겠지. ‘비우고 싶지 않은 생각마저도 비울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말이야. 생각 수업 마지막 수업에서 선생님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네! 당연하죠.’란다. 좋은 생각, 기억하고 싶은 생각마저도 비울 필요가 있다고. 누군가는 좋은 생각마저도 왜 비워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왜요? 왜 비워야 하는 거죠?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비어있으면 이것저것 채우려고 합니다.


자, 이제 비어있던 책상이 채워지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봐. 이것저것 가득가득 채워져 있는 이미지들을 말이야. 화려한 반지들이 다섯 손가락 마디마디 가득 끼운 손, 다양한 패턴의 옷으로 가득 찬 옷장, 더 먹으려고 커다랗게 벌린 입, 쇼핑백으로 가득 찬 카트, 더 더 더! 더하기를 외치는 이미지들을 느끼며 보았니? 자, 이제는 반대로 생각하기를 통해 질문으로 생각하기로 넘어가 볼게. 아까는 텅 비어있다는 것, 어떤 기분이 드나요?라고 물었지. 이번에는 물을 질문은 이거야.


가득 채워져 있는 것, 어떤 기분이 드나요?
생각이 가득 차있다는 것, 어떤 기분이 드나요?


풍요롭니, 아니면 갑갑하니? 갑갑하다면 당장에라도 생각을 비울 준비가 된 거겠지. 그런데 풍요롭다고 느낄 수도 있어. 아주 좋은 생각들로 채웠다면 더욱이 그렇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비워야 할까? 생각 빼기를 해야 할까? 이번에도 역시나 대답은 예스야. 그렇다면 생각 비우기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도 생각 비우기의 필요성을 아직 잘 못 느끼는 사람에게도 ‘생각 비우기’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왜 그런지 알아볼까?



생각을 비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릇이 비어 있기에 맛있는 음식을 담을 수 있고
가방이 비어있기에 갖고 싶은 것을 넣을 수 있고
마당이 비어 있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어요.

마음도 비어 있어야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고
비어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담을 수 있어요.


 생각의 그릇을 비울 때, 우리가 비어있는 잔이 될 때, 새로운 생각을 배울 수 있어. 필요 없는 생각, 거짓된 생각을 비울 때, 진실된 생각을 찾을 수 있고,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내 생각을 비우고 귀 기울여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맛있는 차와 음료를 마시고 컵을 다시 깨끗하게 씻어 두어야, 또다시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듯이. 생각의 그릇을 비워두어야 새로운 생각, 다른 사람의 생각이 찾아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거란다. 그리고 생각과 생각 사이의 여백의 공간에 생각 너머의 생각, ‘지혜’가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

 생각은 아주 훌륭한 놀이터이자 놀이친구이며 놀이 그 자체야. 하지만 생각들을 너무나 중요시하고 붙잡아두려고 비우지 않으려고 중요성을 부여하기 시작하면 주도권이 바뀔 수 있어. 생각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생각이 나의 주인이 되어버리는 거지. 생각들이 ‘내가 제일 중요해’를 외치며, ‘내 말대로 해’, ‘이 생각대로 해.’라고 여러분을 휘두르게 될 수 있단다. 그래서 생각 비우기의 시간이 필요한 거야. 이때 생각 비우기는 망각이나 잊어버림,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책상이 계속 빈 책상으로 있다면 그 쓸모가 없겠지. ‘비워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야. 생각의 주인의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한 거지. 생각의 관찰자이자 주인으로 돌아오는 시간 말이야. 이 시간이 전혀 없다면 자칫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는 생각의 노예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우리가 앞에서 배워본 생각하는 방법들에는 이렇게 ‘생각에서 잠시 빠져나오기’라는 ‘생각 비우기’의 순간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 생각 비우기의 시간들을 통해 비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질문하며 생각하기  

:바로 일어나는 답, 닫힌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커다란 질문을 생각하기


느끼면서 생각하기 

:머리로 하는 생각 비우기, 모든 감각, 경험을 느끼면서 생각하기


침묵하며 생각하기

:새로운 생각을 더하기를 멈추고, 이미 있던 개념과 개념의 연결들을 비우고,

 기존에 있는 생각들을 새롭게 연결하고 정리 정돈하기


낱말로 생각하기     

:사전에 정의된 낱말의 뜻에 대한 생각 비우고 그 낱말의 본질과 자기 자신의 의미 찾기


공감하며 생각하기

:비교하고 판단하는 생각을 비우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반대로 생각하기

: 사실이 아닌 생각을 비우고 진실에 가까운 생각을 찾아내고 발견하기


 이렇게 생각을 비우는 잠시의 순간들을 겪으면서 ‘더 사실인 생각’, 진솔한 생각, 깊은 생각, 커다란 생각, 자기 다운 생각, 다름다운 생각들이 찾아오게 하는 거야. ‘생각- 생각 비우기- 생각’이라는 흐름이 반복되는 가운데 생각 비우기 이후에 찾아오는 것들에 아름다운 생각들을 말하는 거지.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 비우기 이후의 시간이 지닌 장점 말고, ‘생각 비우기’의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 비우기’그 자체로 왜 중요한지를 <비움> 책의 마지막 문장과 함께 알아보려고 해.


무엇이든 가득 채우면 살찌고 넘치고 힘들어져요.
그렇지만 나누고 비우면 가벼워져요.


‘가벼워진다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을 비워 가벼워지면 어떤 상태가 될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게 되는 걸까?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오늘의 두 번째 책 <세 가지 질문> 그림책을 만나보려 해. 이 책은 레오 톨스토이가 쓴 원작을 현대의 어른 아이 누구나 쉽게 읽은 수 있도록 시적인 그림과 함께 저자 존 무스가 다시 고쳐 쓴 책이야. 여기서 우리는 니콜라이라는 소년을 만나게 돼. 니콜라이는 어떤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어. 그래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라고 말하지. 그러면서 니콜라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커다란 질문 3가지를 스스로 찾아내. 여기서 ‘이미지로 생각하기’를 적용해보면 니콜라이가 들고 있는 ‘빨간색 연’이 보일 거야. 지난 시간에 만났던 작은 선도 붉은 빛깔이었지. 이 빨강은 이번에도 등장해. 니콜라이가 특별한 아이인 이유는 이 빨간 연을 만들고 이 연을 하늘에 띄우려 한다는 거지.




“내게 세 가지 질문이 있어.” 니콜라이는 계속해서 말했어요.
“그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빨간 연이라는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니? 니콜라이가 하늘로 띄워 보내고픈 빨간 연은 바로 니콜라이가 가진  세 가지 질문이야. 작은 선처럼 이 세 가지 질문은 니콜라이의 인생의 의미와 방향을 묻는 커다란 질문이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 그래서 심장의 붉은빛처럼 빨갛고 간절해. 온 우주를 담았던 딸기의 붉은빛이 기억나지? 그림책 생각 수업에서 만난 책들을 떠올려 보면 이 빨간색이 가슴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니콜라이의 빨간 연, 커다란 질문에 대해 니콜라이의 세 친구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답을 해. 자기다운 대답을 말이야. 이 책을 읽을 때 니콜라이의 질문을 마치 나의 질문인 것처럼 묻고 대답 해봐. 이 질문을 보고 침묵하며 생각해보아도 좋고, 니콜라이의 세가지 질문으로 인해 일어나는 또 다른 질문을 만나봐도 좋아.



니콜라이의 친구들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왜가리 소냐가 말했어요.
“미리 계획을 세우면 가장 중요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어.”
먹이를 찾아 나뭇잎을 뒤지던 원숭이 고골 리가 말했어요.
“주위를 잘 살피고 정신을 집중하면 가장 중요한 때를 알 수 있을 거야.”
조금 전까지 졸고 있던 개 푸슈킨이 데굴 굴러 일어나더니 말했어요.
“그렇게 모든 일을 다 신경 쓰며 살 순 없어. 너한테는 가장 중요한 때를 일러주는 친구가 필요해. 이렇게 말이야. 고골리! 지금 네 머리 위로 코코넛이 떨어지고 있어!”

 니콜라이는 친구들을 무척이나 사랑했어. 하지만 친구들의 대답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지. 누군 가에게는 친구들의 대답 중에 와 닿는 대답이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생각들은 다양한 좋은 생각들 중에 하나였을 뿐 니콜라이가 찾는 것이 아니었어. 니콜라이가 찾는 것은 생각 너머의 생각이었으니까. 바로 ‘지혜’ 말이야.


 그때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때 니콜라이의 모습을 그림에서 보면 너희들은 알게 될 거야. 연을 날리며 바다 위에 혼자 침묵하며 고요히 뒤돌아 있는 니콜라이의 모습에서 아, 니콜라이가 잠시 ‘생각을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을 말이야. 여러 좋은 생각들 마저도 비우고 생각 너머의 생각 ‘지혜’를 만나기 위해서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니콜라이에게는 질문에 대한 마음에 쏙 드는 답이 아니라 답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떠올라.

 ‘맞아! 거북이 레오 할아버지에게 여쭤봐야지. 레오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잖아. 그러니 분명히 답을 알고 계실 거야.’

그렇게 생각을 비우고 난 후에 찾아온 생각 너머의 생각을 따라 니콜라이는 길을 떠나. 이제 니콜라이는 빨간색 연을 들고 레오에게 찾아가 니콜라이의 가슴에 품고 있는 세 가지 질문을 물어. 그런데 레오는 빙긋이 웃기만 하지. 그런데 니콜라이는 놀랍게도 답을 알려달라 바로 재촉하지 않고 빨간 연을 잠시 내려놓는단다. 자신을 여기까지 이끈 커다란 질문마저도 잠시 내려놓고 비워보는 거야. 그리고 나니 니콜라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레오 할아버지가 밭을 가는 모습이었고, 지친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 그리고 부지런히 밭을 가는 일을 돕는 것체 마음을 다하지. 적에서 병사가 온 마음을 다해 전쟁을 끝낸다는 문장을 적은 병을 던지듯이 니콜라이는 밭을 가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 그런데 일을 마치자마자 다른 상황이 니콜라이에게 찾아와.

 어디선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 거야. 니콜라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다 쓰러진 나무에 깔려 다리를 다친 판다를 보게 되고 판다를 조심스럽게 안아 레오의 집으로 데려가 정성스럽게 치료해. 그런데 판다가 깨어나자마자 말하지.

“여기가 어디예요? 우리 아이는 어디 있나요?

니콜라이는 또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 귀가 먹먹할 정도의 폭풍우가 치는 날, 울부짖는 바람과 쏟아지는 비를 뚫고 숲 속 깊숙한 곳까지 달려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기 판다를 구하는 거야. 그리고 아기 판다를 따뜻하게 말려준 다음 어미 판다 품에 안겨 주지. 레오가 판다를 구하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 정성껏 돌보며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가슴에 뭉클함이 올라와. 레오는 그런 니콜라이를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어.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와 작별인사를 하고 나서 니콜라이의 마음속 편안함을 느껴. 니콜라이에게는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를 구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허전했어. 아직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지 못했거든. 그래서 거북이 레오에게 다시 한번 더 물어. 그런데 레오는 니콜라이에게 이렇게 말하지.


“너는 이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잖니”
“제가요?” 니콜라이 되물었어요.
“만일 어제 네가 나를 도와 밭을 갈지 않았다면, 너는 비바람 속에서 판다가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때는 네가 밭을 갈던 순간이었어. 그리고 그때 너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도와 밭일을 하는 거였단다.
그러고 나서 네가 다친 판다를 발견 했지? 이제 너한테 가장 중요한 때는 어미 판다의 다리를 치료하고 아기 판다를 구하는 순간이었지. 그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미 판다와 아기 판다였고, 가장 중요한 일은 판다들을 치료하고 안전하게 보살펴 주는 일이었어.
기억하렴, 가장 중요한 때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야.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야”


 니콜라이가 중요한 때, 중요한 사람, 중요한 일에 대한 커다란 질문을 비웠을 때, 니콜라이는 비로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면서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니콜라이의 커다란 질문에 대한 답이었지. 이제 드디어 니콜라이는 세 가지 질문이라는 빨간 연을 하늘에 띄우며 유유히 삶을 걸어갈 수 있게 된 거야. 니콜라이가 얻은 지혜는 ‘비움’ 뒤에 찾아왔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비움 뒤에 찾아왔지만 그 답을 적용한 삶은 답을 알기 전에 이미 니콜라이가 살고 있었어. 그 답을 알기도 전에 이미 그 답에 적합한 삶을 살고 있었던 거지. 이것이 가능했던 건 니콜라이가 잠시 세 가지 질문이라는 빨간 연을 내려놓았기 때문이야. 중요한 때를 찾으려는 마음, 중요한 사람을 선별하는 생각, 중요한 일만 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은 ‘비움의 순간’에 ‘지금’이라는 순간이 찾아온 거지.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생각을 비우고 나니 저절로 보이고 선택하고 행동하게 된 거지. 그러니 ‘생각 비우기’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방법이자, 지혜를 만나는 방법이란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고도 위대한 방법

 니콜라이의 보여준 태도야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작고도 위대한 방법이야. 니콜라이와 꼭 닮은 캐릭터가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도 등장해. 바로 영화의 주인공 트레버 야. 트레버는 사회시간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이를 실행해 옮겨보라'는 숙제를 받게 돼. 트레버는 오랜 생각 끝에 '도움주기 운동(pay it forward)'을 제안하지.



 여기서 말하는 도움은 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가지의 도움이라고 하더라도 그 돕는 행위 안에 담긴 사랑의 크기가 가장 중요해. 트레버가 권장하는 도움은 받는 이에게 정말 의미 있고 변화를 줄 수 있는 그런 도움을 말하는 거야. 양보다 질적인 도움을 말하는 거지. 또한 도움을 받고 나서 도움을 준 사람에게 그 도움을 돌려주는 주고받음의 도움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나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거지. 도움 릴레이 방식으로 말이야. 내 주변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세 사람에게 그런 도움을 제공하는 거야. 이렇게 도움의 바통이 계속 이어지면서 더 큰 순환으로 흐르는 도움주기 운동을 제안한 거지.

 이렇게 할 때 1은 3으로 3은 9(3X3=9)로 9는 27(9X3=27)로 무한 확장되게 돼. 도움주기 운동은 하나에게 하는 일을 모두에게 하는 일로 작은 변화가 무한한 변화로 이어지게 하지.

 레오 할아버지가 말했고 니콜라이가 실천했던 것은 트레버가 제안한 도움주기 운동과 일맥상통해.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곧 하나에게 하면서 모두에게 하는 일인 거야.

 그러니 너희들도 온 생애 중 오늘 ‘하루’에, 오늘 하루 중 지금 이 순간에 너희들이 하는 모든 일 중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에, 주변에 가득한 많은 중요한 사람 중 ‘지금 만나고 있는 한 사람’에게 집중해봐. ‘지금 이 순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속 공간을 만들어봐.

생각을 비우고 말이야.

 

 자, 이제 그림책 생각 수업이 이렇게 끝이 났어. 이제 그림책 생각 수업에서 했던 경험도 비워야 할 시간이 다가왔어. 생각을 비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호흡을 알아차리는 거야. 생각에 집중되어 있던 마음을 들숨과 날숨이라는 호흡으로 몸으로 옮겨가는 거지. 생각이 비어있는 자리, 하나의 생각과 다음 생각 사이에 틈새의 고요한 공간을 ‘호흡’을 통해 확보하는 거야. 명상이야말로 생각 비우기를 위한 탁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이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이 하나 있어. 바로 생각 글쓰기야. 비움 책에서 책상이 비워진 것 기억나니? 그런데 책상을 비우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책상을 정리하는 거야. 생각을 비우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갈무리하고 매듭짓는 방법이 바로 글쓰기야. 이제 생각의 나침반 마지막 초점이 이렇게 연결되는 거야. 소중히 적습니다. 생각의 매듭, 갈무리를 하는 거야. 생각은 씨앗이자 열매라고 했던 생각 연필의 문장을 기억하지? 우리 생각을 완전히 비우고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 전 지금까지 배운 좋은 것들을 글쓰기라는 씨앗으로, 작은 선으로 남겨두자.  


생각 비우기, 글 똥누기

 여기서 생각 글쓰기는 생각 정리하기이자 삶을 가꾸는 방법이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운동을 해오신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를 ‘글 똥누기’라고 표현하셨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생각들도 밥을 먹고 소화가 잘되면 똥을 누듯이 비워주어야 하는 거지. 어떻게? 글쓰기로! 자, 이제 그림 책생각 수업에서의 여정을 잘 정리하고 비울 준비가 되었니? 그렇다면 생각 글쓰기, 글 똥누기를 해보렴.

 10번의 수업을 통해 함께 해주어 고마워. 덕분에 행복했어. 이제 생각의 놀이터에서 생각 공기놀이를 하며 생각의 자유를 누리기 위한 도구를 갖추었으니 생각의 주인이 되어 생각이라는 친구과 함께 자유롭게 놀아보렴. 우리가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생각의 자유니까.   


<자유로운 대화>

- 생각 비우기가 왜 필요할까?

- 비우고 싶은 생각과 비우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나요?

- 텅 빈 책상, 어떤 기분이 드나요?

- 가득 채워져 있는 것, 어떤 기분이 드나요?

- 가장 중요한 때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가장 중요한 일은?

-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은?



<흥미로운 활동>

-‘본깨적’ 글 똥누기

: 그림책 생각 수업을 통해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을 글로 소중히 적어보렴. 책상을 정리하듯 빨간 연을 띄우듯 온 마음을 다해 글로 생각을 정리 정돈하고 매듭지어보는 거야.


- 연결 호흡

: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숨과 날숨 사이에 멈춤이 없이 연결하여 호흡을 해봐. 생각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숨을 멈추고 있기 쉬워. 들숨에 하나, 날숨에 둘, 숫자를 붙이며 연결 호흡을 해봐도 좋고,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라는 문장을 호흡에 맞춰 되뇌며 해봐도 좋아. 5분, 10분, 15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생각 비우기 명상을 해보는 거야.


-도움주기 운동 실천

: 트레버의 도움 주기 운동을 실천해 보는 거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천해보렴. 그리고 그때 너에게 어떤 생각, 느낌이 일어나는지 경험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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