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한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제목은 저금. 시바타 도요, 100세 시인이 쓴 글이다.
이 글을 보게 된 곳은 화장실.
휴지는 휴지통에 넣어달라는 문장과 함께 카페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 글귀이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화장실 문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 글을 마음에 저장해 두었다. '그래 친절을 저금해 두면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겠지? 나이가 들면 더욱 필요하겠지. 저무는 시간을 잘 살아내야 하니까 좋았던 지난 기억들이 소중해지겠지.
그런데 나를 괴롭히는 것 중에는 지나 간 일들이 많다. '살면서 쌓였던 나쁜 기억들이 많은데 지워지지 않는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저녁마다 이불 킥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울컥한다. 지우개가 없다. 방어능력이 약하다. 골골거리는 나의 정신세계에 처방이 필요하다.
오늘 또다시 시바타 도요 시인의 문장과 마주 보게 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본다.
혹시 좋은 기억들을 잘 쌓아두면 나쁜 기억들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 뺄 샘과 덧샘을 여기에 적용해 본다. 미심쩍지만 그럴듯하다. 스스로 설득이 된다.
지금부터 작은 한 톨의 순간들도 모아보려고 한다. 밀가루를 모아서 달걀과 우유를 섞고 부풀리고 빵을 만들듯이 말이다. 흩어져버려 아무것도 아니었던 순간들을 잘 모아보고 숙성시켜 봐야겠다. 혹시 모르겠다. 이렇게 살면서 계속 잘 정리해 두고 발효시키면 언젠가는 맛있는 마음의 빵이 되어 나를 든든하게 채워주지 않을까? 앞으로도 좋은 순간들은 계속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채우고 이 글을 읽을 다른 이들도 함께 채울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