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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opian Jun 12. 2024

자전거 명상

너는 내게로 왔다

일요일 아침,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 보니 화단 한쪽에 언뜻 보기에는 멀쩡한 채로 주황색 삼각형자전거가 놓여있다.

옆에 계신 경비원아저씨께

“이 자전거 버리는 거예요?”

/ “응 그거 이래저래 망가져서 버리는 거예요. 안장도 없어 쓸 수도 없어요”  

“그럼 제가 가져가서 고쳐 써도 돼요?

/ ”그러시던가요 “

얼른 가지고 갔던 플라시틱이며 종이박스를 버려두곤 자전거를 들고 올라왔다.

일단, 브레이크가 망가져 있다. 브레이크 손잡이에서 브레이크로 가는 선이 없다. 그리고 안장이 없다 아저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고 삼각형 자전거의 아이코닉한 짐받이도 없다.

그래도 가져와서 보니 구동계가 문제없다면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자전거를 이렇게 가져오고 싶었던 것은 예전의 기억 때문이다.

10여 년 전 같은 팀에서 일하던 능력 있는 젊은 동료 디자이너가  회사 근처에 살면서 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때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차를 타고 주차장에 세우고 그 앞에서 다시 회사로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 나의 일상이 겹쳐지면서 뭔가 많은 부러움이 생겼던 것이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오는 편리함 뿐 아니라 자전거 자체에 대해 더 호기심과 부러움이 있었던 것이다. 가지고 싶던 자전거였다.


그 순간 얼마나 많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 이 한순간에도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묻어난다. 한편으론 폐품을 활용하는 알뜰함 인가 혹은 궁상맞은 우중충한 성격이 만드는 안타까움 인가. 우산처럼 접히는 자전거이나 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래도 뭔가 내가 고쳐서 쓸 수 있다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애착이 간다. 가져와서는 그냥 구석에 세워둔다.  지금은 당장 이걸 펼쳐놓고 뭘 할 수 없으니.

아마 곧 내게 뭐라고 하겠지?

오후가 되어 시간이 생겨 베란다에서 펼쳐놓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것들에 방해 안되게 조용조용히 펼쳐놓고는 모든 부품을 분리하기 시작한다.

앞쪽 바퀴를 분리하고 거기에 달려있는 디스크 브레이크를 뗀다. 왠지 이 디스크 브레이크는 멋있다. 구조상 여건이 안되어서 디스크방식을 쓰는 것이겠지만 예뻐 보인다.  각각의 부품과 너트류는 지퍼백에 이름을 달아 따로 보관하고 분리하면서 세척한다. 뒷바퀴에는 페달과 연결된 벨트가 있어 쉽지 않다. 그리고 완전히 바퀴를 떼어내려면 별도의 공구가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 굳이 그렇게 까지는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뒷바퀴 기어 부분은 기름때가 엄청나서 한참을 닦아도 묵은 때가 많다. 그래도 뭔가 깨끗해지면서 그냥 주워온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것으로 바꿔지고 있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나는 그렇다 해도 다른 사람이 보면 역시 궁상맞은 것인가?.

문제의 브레이크를 풀차례 삼각형으로 생긴 자전거 몸체에 이런 케이블을 어떻게 끼운단 것인가? 고민이지만 일단 못쓰는 기존의 케이블을 빼버리고 새로 사서 달 요량으로 모든 케이블을 제거한다. 그렇게 한 시간 여가 지나 자전거는 분리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분리했다.

“아! 이 자전거의 구조가 이런 것이구나.”

뭔가 얻은 느낌이다.  

“하 역시 뭔가 뒤통수가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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