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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opian Jun 16. 2024

출근 명상

법륜 스님의 행복 / 2

 틱낫한의 ‘화’에 보면 ‘눈 돌리면 화나는 것투성이다’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눈 돌리면 화나는 것투성이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우리는 화가 난 사람들이 만든 음식과 화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화난 상태에서 만든 제품을 가지고 산다.

화가 나는 것이랑 화난 상태에서 만든 물건 혹은 음식을 먹는 것이 화나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 할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이 화가 난 상태에서 만들었는지 즐겁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한다.

한 가지 나의 경험에서 느낀 사례를 들자면 미술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석고상을 그리고 있으면 어떤 날은 뭔가 밝아 보이고 어떤 날은 뭔가 어두워 보이는 때가 있다. 물론 그리는 사람을 닮아 가는 것은 디폴트이지만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림의 기분도 달라진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그런 경향은 나타난다. 각 프로젝트마다 어떤 기분을 가지고 하느냐에 따라 제시한 디자인 안이 뭔가 기분 좋은 느낌을 주거나 뭔가 불편한 느낌을 주거나 할 때가 있다. 마침 오늘이 품평일인제 최근 몇 주간 준비하는 동안 스트레스에 싸여 디자인 안을 준비했다면 결과물에는 뭔가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결과는 뻔하다.       

 나의 기분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내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어찌 그럴 수가 있나. ‘눈 돌리면 화나는 것투성이’인데

 요즘같이 더운 날씨라 하지만 양재천 변의 시원한 바람과 꽃과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향기는 언제나 즐겁다. 지그 이 상황에 “화”라는 놈을 제대로 바라보는 명상은 앞으로의 나를 조더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틱낫한과 같이 법륜스님도 화나는 일은 너무나 많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상황과 그것이 떠다니는 주변을 어떻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 우리는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라고 한다.

화가 나도록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된다.

말장난 같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던진 스트레스라는 ’ 공‘과 ’화‘라는 잡풀을 나에게 던져졌더라도 그냥 받지 않으면 그만이며 바닥에 난 잡풀이라면 그냥 뽑아 버리거나 밝아버리면 된다.  그걸 나의 몸으로 그대로 흡수하고 받아들이며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나는 그것들에 휘둘려 마치 눈앞에 뭐가 씌기라도 한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화를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따라 나의 행동은 괴물이 되기도 하고 그냥 제스처가 되기도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우면 이런 고민들이 끊임없이 나오겠냐 마는 그래도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서 다만 오늘 하루 만이라도 나의 고질적인 스트레스와 화를 다스릴 수 있도록 명상을 한다.

 지금 타고 다니는 삼각형 자전거는 그리 빠르지도 않고 자전거에 앉은 자세도 의자에 앉은 것과 비슷해 굳이 빨리 갈 수도 빨리 갈 필요도 없다. 그래서 더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맘을 다스릴 수 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한다.

 생각이 끊이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생각들이 표면에 떠 다니느냐가 문제다. 부정적인 생각 골치 아픈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면 단 1초라도 그것들을 없애보려 애를 쓰지만 즐거운 생각 긍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다면 오히려 아무 생각도 않는 명상보다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더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명상이 아무 생각 않는 것은 아닌 것이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나를 다스릴 수 있으니. 이렇게 매일 두 번씩 스스로를 챙겨야 할 만큼 나는 나약한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다만 다음 달에는 혹은 내년에는 조금이나마 더 편해지기를 바라는 오늘의 명상이다.


명상을 하다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던 때가 있다. 그냥 앉아서 저게 뭐냐 라는 생각 의미 없고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것을 해야지 하는 생각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그저 기계가 아니고 모든 것을 무조건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잠깐 멈추는 것이 왜 필요한지. 왜 잠깐 멈추고 싶은 것인지. 앞으로 달리는 것이 결코 앞으로 달려가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늦게나마 이해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깨닫기를 바란다. 오늘의 이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남들과 비교하고 더 가지려 애쓰고 욕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몸에 들러붙는 스트레스와 화는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발전이 없이 늘어져 있으라는 것은 아니니 욕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욕심이 아닌 성취의 목표이고 그 과정이 당연히 힘들거나 긴장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나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출근길에 지나는 양재천에서 하게 된 법륜 스님과의 자전거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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