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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opian Jun 26. 2024

출근길 자전거 명상

금융이라는 게이트웨이

 계좌를 들여다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수학의 정석 1, 2를 가지고 다녔지만 결코 그것이 나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나에게 고함치며 훈계하던 고3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미친놈 아니냐고, 이과에서 무슨 미대를 간다고 난리냐고. “

그분은 말끝에 ‘냐고’를 자주 붙이셨던 기억이 난다. 어쩌겠냐고~

그래도 어쩌겠나 수학, 아니 숫자는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누군가 그렇게 말한 것도 자주 듣는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아니 이 말은 거짓말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 숫자로 이루어진 학문에서 내가 받을 수 있었던 숫자는 아주 미미했으므로 그렇게나 많은 숫자가 의미 없었다.

‘아!’라는 탄식과 지금의 내가 깨달은 것은 숫자가 나와 친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숫자를 멀리했던 것.

내가 멀리 하는데 숫자가 내게 다가올리는 만무하다. 당연한 것. 그러다 보니 결혼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나는 나만의 이상향에 빠져 있고

숫자는 아내의 몫이었다.

정말 미안하다. 그냥 미안하다고 말일도 아니고 미안하다고 현실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니 이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온 국민이 숫자로 달려들던 2020년 삶을 바꾼 팬데믹과 함께 나도 그 숫자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때는 아이러니하지만 엄청난 상승기였다. 나 또한 비록 소심하지만 관심의 증가로 인해 흔히들 하는 말로 “들어갔다”.

 주식에 들어가고 코인에 들어가고…. ETF, ISA, IRP…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본질적으로 가진 숫자에 대한 거부감은 자꾸 그 계좌를 들여다보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때는 좋을 때도 있다. 그냥 뒀기 때문에 생각 외로 올라서 이익을 본 것도 있고 그냥 까먹고 있어서 이익을 본 것도 있고 그러다 보니 숫자가 이젠 나와 좀 친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았을 뿐, 그 이후로 마이너스가 지속된다. 오를 놈만 오르고 내가 가진 것은 안 오른다.

 그러다 보니 이젠 이런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당연하다 매일매일 까먹는 돈을 보면 관심이 없을 수 없다.

 오늘 아침도 다행히 상쾌한 바람이 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나온다. 엄청 많은 것 같지만 종류가 다른 3대의 가용한 자전거가 있을 뿐이다.

 

 10여 년의 기억이 있는 자전거. 자전거만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기로 하고

가벼운 자전거만큼이나 가볍고 싶은 맘이나 저 숫자가 만드는 ‘금융’이라는 시스템 혹은 관계 또는 세계관은 오늘의 나를 그동안의 명상이 무색해질 만큼 흔들어 놓는다. 서서히 늘어나는 소비와 지출이 나를 덮어오는 파도와 같이 기세를 올리는 지금 그 파도에 어떻게 맞서야 하나.

 오늘의 출근길 명상은 늘 나의 맘을 차분하게 해 주시는 스님도 아니고 성공의 반열에 오른 자수성가한 누군가의 자기 개발서도 아니고 지극히 매일의 현실적인 돈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경제 방송이다.  

지금은 이례적으로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거쳐오면서 그 후폭풍을 맞으며 AI라는 잠룡이 승천하는 과정에 전 세계적인 정치적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광풍으로 휘몰아치고 거기에 더해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더욱이나 풍전등화인 상황에 나의 계좌를 지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쉽고 어렵고를 떠나 진작에, 이때 이걸,, 연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안정된 마음이 아니라면 실수를 연발한다. 오늘 내가 대응해야 할 일들은 긴급한 일이나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그러니 오히려 더 긴장할 것이 아니라 더 차분해져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 지식도 쌓아야 할 것이다. 알아야 차분해질 수 있다.

 

나를 움직여 잡념이 생기지 않게 하는 명상.

 나의 마음의 상태를 이해해 생각을 가라앉히는 명상

 나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를 통해 흥분하지 않을 수 있는 명상.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을 이해하고 예측하게 할 수 있는 명상.


매일매일 우리에게 필요한 명상은 내일을 위한 거창한 준비 이전에 나의 오늘을 대응할 수 있는 명상이다.

어쩌면 이것이 매일의 영양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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