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갈 것들로 인생을 채우지 마라 /고은미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진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나의 이해가 넓어진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책은 스스로 하는 대화라서 어쩌면 더 많은 나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책 읽기가 얼마나 귀찮은가.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듣는 책은 더없이 즐겁다.
하~ 책이 즐거울 줄이야.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계속 읽다 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문제는 계속하는 것이다.
책이 문제가 아니라.
고은마 작가의 책은 온라인 서재를 돌아보다가 우연히 듣게 된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나 나에게는 ‘스처지나갈’이라는 단어가 박혔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스쳐 지나가고 있기에.
나에게는 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 어떤 때는 후려치는 망치와 같은 느낌일 때가 있기에 이 책의 제목은 더욱 눈길이 갔다.
잠을 자다 보면 갑자기 온몸이 침대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가끔씩. 그리고 두 손 특히 주먹을 쥐면 너무나 무겁다.
마치 내 두 손에 무거운 쇠덩어리를 잡고 있는 것 같이 두 손은 너무나 무거워 누워 있음에도 손을 들고 있는 것처럼 엄청난 압박이 느껴진다.
그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눈 빛과 말투가 여전히 남아있고 기억해야 할 내용과 약속은 잊어버리면서 왜 그런 스쳐 지나갈 것들에 이렇게 몸이 짓눌리고 있나.
작가는 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 그럴 것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일상의 것들로 이야기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마침 내가 있는 층을 지나 꼭대기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내가 서있는 마트 계산대만 줄이 줄지 않는 것, 내가 가고 있는 차선만 길게 늘어서고 있는 것 등의 일상에서 맘 쓰지 않을 것을 이야기한다. 비행기가 착륙해야 할 활주로를 지나 몇 번의 어프로치를 하다 결국 착륙했을 때 느끼는 안도감이 얼마나 일상을 감사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 등. 늘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지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설명하며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될 그 순간순간을 편안하게 지날 수 있는 안도감을 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원래는 계획이 없었던 일이다.
오랜만에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를 타고 타이어를 갈아야 했기에 방문한 타이어 샵이다.
그냥 10분이면 끝이날 타이어 가는 과정이 1시간째 지연되는 것을 경험하는 이 순간, 평소라면 ‘짜증의 형태로 느끼는 감정을 스쳐 지나가는 일상으로 순화하는 동안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삶의 지혜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럴 일인가 싶다가도 지금 당장 바쁜 것은 아닌 것이 다행이다. 그렇게 스쳐지나 보낸다.
갑자기 배추흰나비가 차 안으로 날아든다.
이리저리 나갈 곳을 찾아 앞유리창을 부딪힌다.
양쪽 창문은 이미 다 열어두었으니 길을 찾기를 바란다.
왔다 갔다를 몇 번 반복하더니 결국 밖으로 날아갔다.
’ 잘됐다!‘ 우리 사는 매일이 이럴지도 모른다.
앞을 보면 보이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것에 막혀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삶,
하지만 찬찬히 옆을 돌아보니 거기에 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