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이 주로 점심시간에 이뤄지면서 만들어진 말
지난 9월 15일 달러·원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하더니 1400원 목전까지 왔습니다. 다행히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상승폭을 줄이면서 1393.7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음날인 16일 환율은 1399원까지 올랐는데 장 막판 정부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환율은 1388원으로 하락 마감했습니다. 1400원이라는 저지선을 가까스로 막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의 '도시락 폭탄'이 나왔다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도시락 폭탄은 무엇이고, 왜 이렇게까지 환율을 방어하려고 하는 걸까요.
도시락 폭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는 달러·원 환율이 10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었는데요. 4월29일자로 1001원을 넘어서더니 그 이후로 1040원까지 거침없이 올랐습니다. 외환당국의 수차례 '구두개입'에도 환율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는데요. 7월8일 1032.7원으로 장을 마감했던 환율이 7월9일에는 1004.9원까지 30원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바로 7월9일 점심시간에 외환당국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이뤄진 이른바 '도시락 폭탄'이 있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도시락 폭탄은 금융위기 당시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이 주로 점심시간에 이뤄지면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상대적으로 거래 물량이 적어 호가가 얇기 때문에 개입 물량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율이 오를 때마다 달러를 매도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개입해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원화 가치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습니다. 외환당국 물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달러 매도가 나와도 당국에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이유입니다.
도시락 폭탄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오히려 외환보유액을 축내고, 국가 경제를 더 위태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2008년 7월 60억달러를 쏟아붓는 '도시락 폭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자 결국 2008년 11월 1500원을 넘어서며 천장을 뚫었습니다.
그러면 '환율이 오르게 내버려 두면 안되나?' 할 수도 있겠죠. 한국은 수출 국가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의 실적은 좋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문제는 '내수 경제' 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는 당연히 오르게 되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까지 연결됩니다. 물가가 오르면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고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 경영도 어려워지고, 가계 경제도 힘들어집니다.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거죠. 고환율이 가져오는 나비효과는 이렇습니다.
다행히 지난 16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환율은 20월 넘게 하락했습니다. 통화스와프란 두 국가가 현재의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상대국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최초 계약 때 정한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합니다.
지난 2020년 3월19일 외환시장의 패닉을 종결시킨 것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덕분이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달러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 신흥국이 달러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할 것이고, 이는 국채 가격을 떨어트려 미국 경제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달러강세를 미국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전 세계가 부디 어려운 금융시장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