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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n 01. 2020

학교급식도 집밥이다.

"얘들아~ 오래간만에 학교가니까 어땠니? 너무 좋았겠다~"

"네~ 아니아니, 아뇨~"

"대답이 뭐 그래?"

"친구들 만나서 좋기는 했는데, 하루종일 마스크 끼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구요, 급식이 너무 맛없어요!"

"하루종일 마스크 끼고 있는거 힘들기는 하지. 그래도 어쩌겠니... 선생님들도 하루종일 너무 힘드실테고... 모두 힘든 시기이니 다들 조금씩 참아야지..."

"근데 솔직히, 급식은 진짜... 먹을 수가 없어요."

"설마, 이 시국에 급식 맛없다고 학교에 항의전화 하시는 어머니 계시는건 아니겠지?"

"아~~ 저희 엄마 그런 엄마 아니예요~"


지난주 등교개학이 시작된 중3학생들과의 디베이트 수업시간. 등교를 했다는 기쁨은 잠시이고 불편한 학교생활에 대한 성토와 맛없는 급식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평소같았다면 "그랬구나..."를 해주며 장단을 맞춰주었을테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징징거리지 말것을 당부했고 급식이 집밥만큼이나 소중한 것임을 강조했다. 


학부모들의 급식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 맵다, 짜다, 싱겁다, 양이 적다, 잔반이 너무 많이 남는다, 다른 학교는 잘나오는데 우리학교는 왜그러냐 등등 학생 수 만큼의 시어머니가 팔짱낀채 지키고 서있는 형국이다. 학교는 학교급식모니터링, 급식검수, 보람교사등을 활용해 학부모가 급식의 전 과정을 지켜보고 먹어봄으로써 직접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놓았다. 학부모들은 재료, 맛, 양, 잔반등에 대해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수시로 의견을 전달한다. 개선 사항이 적극 반영되기는 힘들지만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꾸기 위한 양측의 노력이다. 따라서, 적어도 급식과 관련한 학부모활동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딴지를 걸지 못한다. 물론 간혹 위생관리에 소홀했거나 급식비 횡령등의 문제를 일으킨 학교들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원칙과 기본을 지킨다. 


이른 아침부터 속속 들어오는 그날의 식재료들은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친환경 제품이다. 깨끗하게 손질된 채소와 냉장 신선육들을 그날 필요한 양만큼만 주문해 모두 소진한다. 불시에 방문해 함께 검수를 진행하는 학부모들이 생산날짜나 유통기한, 주문양와 입고양이 일치하는지등을 일일이 확인한다. 급식실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은 소독한 모자와 장화, 가운등을 착용해야 한다. 영양사와 조리사들의 위생은 말할것도 없다. 계획된 식단과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들고 완성된 음식은 냉동실에 144시간 보존한다. 식중독 발생시 역학조사를 위한 조치다. 배식 후 남은 음식은 아깝지만 모두 폐기처분하며 학교밖으로 반출하지 못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철저히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학부모들의 의심과 불만은 사그라들지않는다. 위생은 믿는다해도 '맛'은 왜 보장을 못하냐는 것이다. 그 좋은 재료로 왜...물론 영양사와 조리사들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지점마다 맛이 다른것과 같은 이치랄까? 하지만 조금만 이해심을 발휘한다면, 수백명에서 많게는 천명분의 밥을 하는데 맛있게 하는게 쉽지만은 않을거라고 이해하면 안될까? 집에서 겨우 4인분의 밥을 하는데도 어떤 날은 이상하게 맛이 안나는 날이 있다. 평소에는 눈감고 하던 음식이라도 객식구가 몇명 추가되면 당황스럽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많은 인원을 먹인다고 생각해보자. 그 어려운걸 해내는 분들이다. 그것도 매일. 영양적 측면에서도 열량과 5대 영양소를 고려해 설계되었으며 한달동안 중복되는 반찬없이 다양한 요리를 준비한다. 너무 고마운 일 아닐까? 


집밥을 책임진 이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질문해보자.

늘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는가?

늘 영양적으로 완벽한 식사를 준비하는가?

항상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고 자부하는가?

한번 놨던 반찬은 절대 다시 상에 올리지 않는가?


지난 몇달간 등교개학이 중단되면서 우리는 절감하지 않았던가. 학교와 학교급식이 우리가 가진 많은 부담을 대신 짊어주고 있었음을... 고마움도 모르고 당연하다고만 생각해왔음을... 맛이 좀 덜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더라도 세끼 중 한끼를 책임져주는 또다른 집밥의 조력자로서 격려하고 응원해줘야하지 않을까? 엄마들 역시, 맛없는 식사를 차려줘도 "엄마 밥이 최고야!"를 외치며 싹싹 먹어주는 가족들덕에 흥이나는 것처럼 말이다. 


"집밥보다 더 영양소 풍부한 음식이야~ 너희들은 집에서 엄마가 매끼 훌륭한 밥만 차려주시니?"

"네~ 우리 엄마 밥 최고예요~" 

"아니요, 꼭 그런건 아니예요..."

네명의 아이 중 한명만 딴소리를 하니 다른 세 아이가 말한다.

"아~~ 눈치없는 자식~~~ 엄마에 대한 예의가 없네~~~"


학교급식을 향한 깐깐한 견제와 감시, 딱 그만큼만의 예의와 감사함은 갖추기를 소망해본다.

우리 아이들의 점심 집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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