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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리듬에 어긋난 삶 = 만성피로

몇 달 전 겨울 저녁 술자리이었습니다. 저는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을 가운데 놓고 둘러앉은 친구들에게 <아침형 인간의 슬로 라이프>라는 글을 쓰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그들의 반응은 이러했습니다. “아침형 인간은 남보다 일찍 일어나서 더 바쁘게 사는 사람이잖아. 어떻게 아침형 인간이 슬로 라이프와 어울릴 수 있어? 혹시 반어법이니?” 

저는 그들을 설득하고자 애썼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만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그 여유로운 분위기가 하루의 남은 시간까지 이어진다고요. 하지만 친구들은 밤늦게까지 너무 “바빠서”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없다더군요. 그리고 아침에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둥지둥하다 보니, 정말 “바쁘다고” 합니다. 결국 아침에도 저녁에도 끊임없이 바쁜 사람은 제가 아닌 친구들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출근 전과 퇴근 후는 회사에 얽매인 시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바쁘다면, 업무 중에는 얼마나 더 바쁠까요? 

하지만 친구들이 저와 같이 반응했던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는 수많은 책들은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초스피드 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앞서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그들은 쿡쿡 쑤셔댑니다. 이른바 공포 마케팅(공포 소구, fear appeal)이지요. 그들은 “광고에서 말하는 것을 따르지 않으면 굶어 죽게 될 거야!”라고 잔뜩 겁을 줍니다. 물론 그들의 술책을 꿰뚫어 보고 휘둘리지 않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저는 자연을 따라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내 안의 자연이란 곧 내 자연 본성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이를 <중용(中庸)>에서는 “천명지 위성(天命之謂性)”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연을 따라 사는 삶이란 곧 내 안의 자연 본성을 따라 사는 삶입니다. 이를 <중용>에서는 “솔성 지위도(率性之謂道)”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질로 태어났으므로, 자신의 기질에 맞는 구체적인 생활방식을 가꾸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중용>에서는 “수도 지위교(修道之謂敎)”라고 말했습니다. <중용>의 솔성 지위도(率性之謂道)를 오늘날에는 “자신만의 생체리듬에 따라 사는 삶”으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째서 자신만의 생체리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리듬에 일과를 맞추어야만 할까요? 왜냐하면 자신의 생체리듬을 어기고 살 경우, “만성피로”에 절어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잡하고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다 필요 없습니다.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생체리듬에 어긋난 삶 = 만성피로     


저는 “건강”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추상적이어서 별로 와 닿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건강한 삶보다는 “아프지 않은 삶,” “피로로부터 해방된 삶”이 훨씬 와 닿습니다. 남들보다 잘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 제발 이 지긋지긋한 만성피로만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각(健脚) 따위는 바라지도 않으니, 온종일 피곤에 절어 사는 이 생활에서만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만성피로의 요인은 크게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이 있습니다. 외적 원인에는 자연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이 있겠지요. 가령 헬조선을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는 우리의 건강을 망치고 피로를 불러오는 자연적 외인(外因)입니다. 한병철 교수가 쓴 <피로사회>는 현대인들을 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외인을 지적합니다. 

사실 미세먼지라는 자연적 외인도 엄밀히 보면, 인간이 자초한 사회적 외인입니다. 우리는 피로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외인을 개선하고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외적 원인만 제거하면 우리네 삶은 피로에서 해방될까요? 무조건 사회만 나쁜 놈이고 개인에게는 만성피로의 책임이 없나요? 

아직도 이와 같은 논의가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 분들은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① 나는 일어나자마자 모닝커피를 즐긴다. 

② 나는 출근하면서 빈속에 커피를 마신다. 

③ 나는 오후 2시 이후에 커피를 마신다. 

④ 나는 오후에 졸리면 낮잠을 자는 대신 커피를 마신다. 

⑤ 나는 담배를 피운다. 

⑥ 나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⑦ 나는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본다. 

⑧ 나는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⑨ 나는 퇴근하고 나면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잔다.    

⑩ 나는 저녁식사 후에도 간식이나 야식을 먹는다.     



상기한 10가지 습관이 모두 아침형 인간의 생체리듬을 망가뜨린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유전적으로 볼 때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저와 같은 습관을 유지해도 생체리듬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 믿겠지요. 하지만 현대 사회는 아침형 인간에 맞춰져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일상은 아침형 인간의 생체리듬에  세팅되었으며, 이 일상에 따라 생활하는 그 누구에게도 상기한 10가지 습관은 해롭습니다. 

또한 어떤 이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모닝커피를 즐기는 사소한 취미가 만성피로로 이어진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보실 것입니다. 저 또한 모닝커피 섭취나 흡연이 만성피로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성피로의 원인이 단 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 또한 계시지 않을 줄로 압니다. 조그만 피로를 불러오는 사소한 악습관들이 쌓여서 만성피로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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