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나는 일어나자마자 모닝커피를 즐긴다.
② 나는 출근하면서 빈속에 커피를 마신다.
③ 나는 오후 2시 이후에 커피를 마신다.
④ 나는 오후에 졸리면 낮잠을 자는 대신 커피를 마신다.
⑤ 나는 담배를 피운다.
⑥ 나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⑦ 나는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본다.
⑧ 나는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⑨ 나는 퇴근하고 나면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잔다.
⑩ 나는 저녁식사 후에도 간식이나 야식을 먹는다.
저는 몰랐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퇴근 후에 혼자서 맥주를 하는 습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닝커피를 즐겼고, 간헐적 단식으로 인해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서도 빈속에 커피를 털어 넣었습니다. 그러나 모닝커피라는 각성제가 제 몸 안의 자연 각성제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방해하며 장기적으로는 카페인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또한 저는 빈속에 마신 커피가 위 점막을 손상시킨다는 점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을 거르는 16:8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이 점심식사 전까지 커피를 마셔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결론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간헐적 단식을 권하는 책들 가운데 일부는 모닝 아메리카노는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빈 속에 마시는 커피가 속을 쓰리게 한다는 것을 내 몸이 계속해서 증명하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저는 오후 2시가 넘어 졸음이 쏟아지면, 잠시 의자에 기대어 낮잠을 자는 대신에 커피를 마셨습니다. 낮잠은 제 생체리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저는 생체리듬을 무시하고 각성 효과를 지닌 카페인을 몸속에 털어 넣었습니다. 오후 2시 이후 마신 커피 속 카페인이 놀랍게도 자정까지 체내에 남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또한 낮잠을 몰고 온 생리적 원인이 카페인 섭취를 통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쌓였다가 나중에 몇 배로 돌아온다는 점을 저는 몰랐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후 2시 이후 마신 커피 때문에 저는 낮잠과 밤잠을 모두 망쳐버린 셈이었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이나 미디어패드의 블루 라이트에 노출될 경우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저는 몰랐습니다. 저는 저녁 11시가 되면 스마트폰을 끄고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가 제 수면의 질을 형편없이 낮춘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일하다 피곤하면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뗀 뒤, 저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나 휴식 시간에 휴식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는 더 큰 피로를 몰고 온다는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행위는 나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이에 따른 정신적 산만함이 뇌에 피로를 몰고 온다는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집중보다 산만이 훨씬 피곤함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상기한 10가지 잘못된 습관은 우리가 앞으로 되짚어보아야 할 수많은 악습관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면 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저와 같은 습관들은 모두 밤잠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상기한 10가지 습관에만 주의해도 피로감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저는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몸에 좋다는 모든 규칙들을 죄다 지킬 것인가는 개인의 몫입니다. 취침 4시간 전에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수면 전문가의 조언을 알고 있지만, 저는 그래도 가끔 있는 저녁 술자리를 피하지는 않습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저는 하루 2끼의 식사에 무엇이 나오든 가리지 않고 즐겁게 먹습니다. 그러나 생체리듬에 따르는 삶의 원칙을 확고히 세워놓은 상태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과 무원칙 상태에서 만성피로로 이어지는 방만한 삶을 사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불규칙하고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은 만성피로의 주범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인 스피노자에 따르면, 내 몸의 목소리인 욕구와 감정만이 진정 자유롭습니다. 생체리듬에 따르는 삶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며, 생체리듬을 어기는 삶은 정신적 노예의 삶입니다. 왜냐하면 생체리듬을 배신하는 까닭이 술, 담배, 스마트폰, 야식 등의 외적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생체리듬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면서도 술과 스마트폰과 음식의 주인이 되는 삶은 가능합니다. 제가 결코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도 날마다 “시험에 들고 악에서 구원받는” 삶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1보 후퇴, 2보 전진”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우며, 우리는 자기 자신을 나쁜 습관으로부터 빼내는 데에 너그러워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