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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민 Jan 15. 2021

소속감이 사라지는 순간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사회에서의 소속감이 사라지고, 소속감이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삶을 계획하는 것에 설레어했다. 처음으로 어떠한 것에도 얽매임 없이 스스로 계획을 짜서 산다는 점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렘도 잠시 현실은 현실이었다. 계획한 일들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서 자유라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함과 불안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산책을 하다 무심코 재활용장에 버려져있는 가구들을 때면 나와 처지가 비슷하다 느껴졌다. 한때는 누군가의 집에서 어떠한 역할과 자리를 차지하며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 집안에서 얻은 여러 흔적과 변형된 모습만을 지닌 채 밖에 불규칙하게 버려져있는 모습이 사회에서 소속감이 사라진 나의 현실과 비슷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소속에 대한 불안함이 계속되다 보니 졸업 후 나의 계획과 신념과 맞는 곳에 하려 했던 취업은 어느새 무작위로 지원서를 넣어 어떤 회사든 하나만 걸리기 바라는 쪽으로 변해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 바람대로 한 방송사에 취직을 해 소속감을 얻었지만,  일을 하면서 회사와 나 사이의 너무나도 다른 여러 가치관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를 한 후 그동안 가졌던 생각과 일들을 돌이켜 보니 내가 너무 조급한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후 조금 더 나를 발전시키거나,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깊게 고민한 후에 취직을 준비했어도 되었는데, 주변의 취직한 아이들과 나를 비교하며 소속감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과한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나는 조금 더 나에게 맞는 집단을 신중하게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소속감이라는 것은 '나'라는 존재에 속해있는 상태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는 형태여야 하지, '나'라는 소속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의 소속이 되는 것은 불안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나에 대한 소속을 잃어버리는 순간 다른 소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서의 소속감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것에 얽매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움과 동시에 나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이다. 다른 소속에서 자신을 부정당해 소속감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나'라는 소속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에, 당신의 생각만큼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산책을 마칠 때쯤 항상 버려진 물건을 가만히 보다가 소중하게 품고 가는 사람들을 본 것처럼,

스스로 자신의 소속에서 열심히 활동하다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따라가면 된다.

조급한 선택보단 현명한 선택을 연구하자. 당신의 상황은 당신의 생각보다 괜찮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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