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잘 앉아있음에도 흔들리는 당신에게
어제 새벽에 친구가 갑자기 낙엽 사진을 보내주며 이런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매년 가을이 되어 낙엽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역시 뭐든 자기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예쁘구나."
이런 생각이 처음 든 건 대학 진학을 앞두고 가고 싶은 문예창작과에 지원할지, 아니면 다른 친구들처럼 취직이 잘 되는 과에 지원할지 고민하던 때였다.
많은 고민을 머릿속에 짊어지고 하교를 하던 중 아파트 단지 내에 예쁜 단풍나무들을 보게 되었는데,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예쁘다 생각했는지 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다양한 색으로 물든 단풍사진을 찍어댔다.
그런데 반대로 다음 날 아침 등굣길에서는 경비원 아저씨들이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한탄하시며 빗자루로 낙엽을 쓸어 치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무에서 햇살을 받으며 붉은빛을 영롱하게 뿜던 단풍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미관을 위해 치워야 할 하나의 쓰레기가 된 것이다.
나는 이때 포대자루에 들어가는 붉은빛의 단풍들을 보면서 "아 역시 뭐든 자기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낙엽을 대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단풍이었는데,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닌 바닥으로 떨어지자 누군가 치워야 할 일거리가 되어버린 낙엽이 참 안쓰러우면서도 예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관심이 없던 다른과들은 전부 버린 후에 문예창작과에만 지원을 하였고, 운이 좋게도 과의 차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글 쓰는 것을 즐기고, 나름 작가라는 꿈에 대해 후회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내가 다른 친구들을 따라 관심도 없던 과를 지원했다면 대학을 갈 수 없었을뿐더러 꿈도 사라졌을 것이다.
사실 이 깨달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자기 자리에 잘 앉아있음에도 흔들리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만약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마음에도 없는 자리에 앉아 성공을 했다면,
남에게 보이는 외면은 화려할지 몰라도 절대로 자신의 내면은 빛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도 스스로 나에게 맞는 자리를 계속해서 갈망하고,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 나의 속도와, 시선만을 의식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생겨먹은 자리든 내 의지에 따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을 때 나에게서 빛이 난다면 다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앞으로 나를 포함해 스스로가 원하고, 맞는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빛나는 엉덩이만 보고 싶다.